김호정 기자
※ 콩쿠르 이름 1 열리는 곳 2 역사와 빈도 3 부문 4 우승 상금 5 역대 주요 수상자
2007년 제13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결선 리허설이 열린 모스크바 음악원. 결선 관람 티켓 값은 1800루블(약 7만원)이지만 4000루블(약 15만원)짜리 암표가 돌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앙포토]
프랑스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마게리트 롱,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가 함께 만든 대회다. 생상스·포레 등 프랑스의 역사적 작곡가 작품이 과제곡에 다수 포함된다. 결선에서는 콩쿠르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10분가량의 현대곡을 소화해야 하며 프랑스 작곡가의 협주곡 중 하나를 연주해야 한다. 다양한 특별상 또한 이 대회의 특징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 모나코의 알베르 왕자 2세 상 등 8종류의 부상이 있다. 일본의 음악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콩쿠르로, 후지TV에서 연주를 중계한다. 임동혁·신현수는 대회 우승 이후 일본에서 ‘클래식 한류’를 일으키기도 했다.
생존 스위스 작곡가 작품 골라야
음악 콩쿠르의 ‘종합 올림픽’이라 부를 만한 대회다. 피아노·바이올린 등 기본 종목은 물론 트롬본·프렌치 호른 등 관악기와 하프시코드·오르간, 실내악과 지휘까지 아우른다. 65회째인 올해 대회까지 다뤄진 종목은 총 26개. 매 부문의 최종 결선 진출자는 현존 스위스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해야 한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브레게가 메인 스폰서이고,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가 오케스트라 반주를 맡는다. 이처럼 곳곳에 스위스의 음악적 자부심이 흐르는 대회다.
작곡부문 우승자 곡이 과제
벨기에 왕실에서 주최·후원하며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벨기에의 여왕이 대회 결선에 직접 참관하는 전통 또한 유명하다. 이 콩쿠르의 큰 특징은 현대 음악이다. 결선 진출자들에게는 무대 일주일 전에 새로운 과제곡이 주어진다. 작곡 부문 우승자가 콩쿠르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클래식 작품뿐 아니라 현대 음악을 빠르게 익히고 연주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본선 1차 무대부터 결선까지의 모든 연주를 생중계하고 있다. VOD 서비스도 추가돼 전 세계 음악팬들이 대회 현장을 지켜볼 수 있다.
결선서 쇼팽 협주곡 하나 연주해야
쇼팽을 배출한 폴란드가 자부심으로 이어가고 있는 대회다. 5년마다 이 대회에서 쟁쟁한 피아니스트가 데뷔했다. 참가자들은 네 번의 본선에서 녹턴·연습곡·발라드·왈츠 등 다양한 쇼팽의 작품으로 겨룬다. 결선에서는 피아노 음악의 정점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 쇼팽의 협주곡 두 곡 중 하나를 골라 연주한다. 쇼팽 탄생 200주년인 올해 이 대회는 풍성한 행사와 함께 시작한다. 10월 1일 우치다 미쓰코, 2일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넬손 프레이리가 출연해 축하 공연을 연다.
냉전시대 미·소의 문화 각축장
냉전시대 양 진영의 자존심을 건 ‘문화 올림픽’으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밴 클라이번이 모스크바에서 1회 우승을 차지해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됐다. 80년대까지 입상자 수준 등에서 독보적 위상을 유지한 최고의 콩쿠르였다. 소련의 몰락 이후 자국 출전자 특혜 시비, 재정난 등을 겪었지만 여전히 무명 음악인들에게 세계 무대로의 ‘익스프레스 티켓’을 발급하는 대회다. 피아노는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 바이올린은 협주곡 D장조, 첼로 부문은 로코코 변주곡을 결선 과제곡으로 연주하는 전통이 있다.
바이올린 특화, 부상은 카네기홀 연주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조셉 깅골드가 창설했고, 바이올린으로 분야를 특화해 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대회다. 최대 상금으로도 유명하다. 우승자에게는 깅골드가 사용했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4년간 빌려준다. 3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24K 순금 메달과 명품 활을 부상으로 주며 카네기홀 연주 기회도 준다. 네 번의 본선 무대를 거치는 동안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다루도록 과제곡이 짜여 있다.
음악교사들이 만들어…아마추어 대회도
1년에 150여 회. 2년 전 이 대회 2위에 오른 손열음씨에게 부상으로 주어진 연주 횟수다. 이처럼 입상 후 연주 기회를 많이 주는 콩쿠르로 유명하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IMG,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 등과 계약 기회도 준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1회 우승자인 미국의 영웅 밴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포트워스 지역의 음악 교사들이 62년 시작했다. 축제의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어 세계적 피아니스트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아마추어 피아노 대회도 부대 행사로 열린다.
국제 인증 받은 한국대회는 셋
국제음악대회 세계연맹(WFIMC)은 참가자·심사위원 국적의 균형적 안배, 안정적 재정 기반, 상업성으로부터의 독립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연맹이 구성한 심사위원단이 매년 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회를 회원으로 추가한다. 투표에 앞서 심사위원들은 개최 도시를 조사하고 대회 현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매년 열리는 총회 분위기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 현장을 방불케 한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대회들이 이 같은 기준을 속속 통과하고 있다. WFIMC가 인정한 한국의 국제 콩쿠르는 셋이다. 경남 통영에서 2003년부터 열린 윤이상음악콩쿠르는 2007년 한국 최초로 ‘국제’ 인증을 받았다. 당시 명칭은 경남국제음악콩쿠르였고 지난해 이름을 바꿨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부문에서 매년 돌아가며 열린다.
동아음악콩쿠르가 이름을 바꾼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2007년부터 명칭에 ‘국제’를 넣었지만 실제 WFIMC에 소속된 것은 2009년이다. 2000년 시작된 제주국제관악콩쿠르도 같은 해 열린 호주 멜버른 총회에서 가입 승인을 받았다.
일본의 센다이, 무사시노 오르간 콩쿠르, 가스파르 카사도 콩쿠르는 모두 2000년대 들어 국제연맹에 새로 가입했다. 중국은 지난해 닝보 성악 콩쿠르, 칭다오 바이올린 콩쿠르, 올해 베이징 콩쿠르를 WFIMC 회원 대회 목록에 올렸다.
이후 아시아는 클래식 음악의 새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센다이·하마마쓰 콩쿠르 등을 거친 입상자들이 쇼팽·퀸엘리자베스 등 일류 대회에서 우승하기 시작했다. 또 2008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소피아 굴리악(30)은 이듬해 세계 4대 피아노 콩쿠르로 꼽히는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대회가 유럽 대회의 준예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길게는 50년 역사를 가진 유럽·미국 지역 국제대회를 2000년대 이후 아시아 지역의 콩쿠르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