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기초단체장 호남서도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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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선거도 '한나라당 대승, 민주당 참패'로 끝났다. 자민련은 당세 약화가 확인됐다.

한나라당은 1백40여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경합지역이 있어 당선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995년, 98년 선거에서 각각 70명, 74명의 당선자를 내는 데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백% 이상의 대약진이다. 앞선 두번의 선거에서 각각 84곳의 기초단체장을 당선시켰던 민주당은 이번엔 절반에도 못미치는 40여곳에서 선두를 지켰다.

◇한나라당,수도권 석권=민주당이 충격에 휩싸였다. 1995년, 98년 두번의 선거에서 수도권 66곳 중 절반이 넘는 39곳, 48곳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다. 하지만 이번엔 서울·인천·경기를 합쳐 15곳 안팎에서 우세를 보였다. 완전한 역전이다.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95년 서초·강남구를 제외한 23곳에서, 98년엔 19곳에서 승리했었다.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한나라당은 서초·강남·광진구 등 외에도 민주당이 당선자를 냈던 은평·성북·영등포·금천·종로·용산·송파구 20여곳을 휩쓸었다.민주당은 강북·성동·관악구 등에서만 앞섰다.

10개 선거구가 있는 인천도 지난 번과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98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곳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민주당이 9곳,자민련이 1곳에서 승리, 연합정권이 압승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한나라당이 남동·남·연수·부평·서·계양구와 강화군 등을 석권했다.

경기에서도 한나라당의 대약진으로 나타났다. 98년 한나라당은 경기 31곳 중 겨우 6곳만 건졌다. 이번엔 시흥·안성·가평·안산·동두천 등에서 크게 앞섰다. 반면 20곳에서 당선자를 냈던 민주당은 부천·광명시 등에서만 1위를 달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지도부의 분열과 적지않은 지역에서 경선탈락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조직력이 분산됐기 때문"이라고 패인을 분석하면서도 "마치 토네이도가 몰아친 것 같다. 과거 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한 적은 있지만 민주당이 생긴 이래 이같은 참패는 처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호남·충남에서도 고전한 민주당·자민련=민주당과 자민련의 지지기반인 호남·충청권에선 무소속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광주 북구청장선거에서 무소속 김재균 후보가 선두를 기록했고, 전남의 경우 22곳 중 10여곳에서, 전북은 14곳 중 7곳에서 무소속 돌풍이 일었다. 전남 담양·화순·장흥·나주·강진·완도·영광군에서, 전북에선 군산·남원·진안·장수·임실·순창·부안 등에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앞섰다.

충청의 경우 대전에선 자민련 우세가 유지됐으나 충남·북에선 자민련 후보 외에도 한나라당·민주당·무소속 후보가 고루 선전해 치열한 각축전 양상을 보였다.

충북 단양, 충남 공주·금산에서 무소속 후보가 약진했고, 한나라당은 청주·충주·제천·영동·보은과 충남 천안·아산·연기 등에서 앞섰다.

◇희비 엇갈린 대선후보 고향=한나라당 이회창(會昌)후보의 고향인 충남 예산군수선거에선 한나라당 박종순 후보가 자민련 홍성찬 후보의 추격을 따돌렸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최철국 후보가 한나라당(송은복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박근혜(朴槿惠)대표의 한국미래연합이 후보를 낸 구미시장선거에선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가 미래연합 이강웅 후보를 크게 눌렀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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