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너무 잘나와 걱정"-환호 터진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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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투·개표가 진행된 13일 한나라당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밝아져갔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기대감 섞인 표정은 오후 6시 방송3사 모두 한나라당 압승을 예상하자 환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환호한 당직자, 신중한 이회창 후보=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는 오후 5시30분쯤 당사 10층에 마련된 선거상황실로 나와 서청원(徐淸源)대표와 최고위원들,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TV로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徐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은 한나라당 후보가 앞섰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쳤고, 얼싸안았다. 특히 대접전 지역이었던 서울·대전·울산·경기 등의 선전 소식에 큰 박수와 함성이 나왔다. 이규택(揆澤)총무는 성남·안산 등 전통적 열세지역에서도 초반에 앞서자 "그래"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후보는 밝은 표정이었지만 말과 웃음을 아꼈다. 특히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선 "15대 총선 때도 출구조사가 뒤집혔다, 너무 좋아하지 말자" "아직 몰라"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두렵고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오후 8시 徐대표가 처음으로 "우리의 승리는 국민이 안겨준 것이다,앞으로 겸허한 마음을 갖고 국정에 임해야겠다"고 공식 승리인사를 했다.

자택에 갔다 오후 10시쯤 다시 나온 후보는 강냉이를 먹으며 TV를 볼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20분 뒤 이명박(明博)서울시장후보가 당선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처음으로 박수도 쳤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두렵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이 매섭게 다시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후보의 한 특보는 "너무 결과가 잘 나와 걱정"이라며 "오만해지지 않도록 앞으로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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