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막강한 기초단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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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장을 모르고 지방에서 어떻게 사업을 합니까."

경남에서 건설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S씨(43)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자치단체장은 소관지역에서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예산 집행권과 직원 인사권을 쥐고 있다. 그 외에도 생활과 밀접한 인·허가권과 단속권이 수천가지에 이른다. 토지형질변경이나 재건축사업 승인 등이 전적으로 단체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주차단속·마을버스 인가·음식점 허가·쓰레기 종량제 단속 등 일반 주민의 생활과 관련된 일들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은 중앙정부의 대통령·장관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

1991년 이후 10년간 중앙정부의 권한 가운데 1천8백66개 사무가 지방으로 넘어갔다. 행자부 장관이 갖고 있던 국이나 부서 등 기구설치 권한이 광역단체장에게, 광역단체장의 국·과장 인사권이 기초자치단체장에게 넘어간 게 대표적이다.

이런 인·허가와 관련해 단체장들은 비리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99년 9월 상가건물 허가를 대가로 3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된 인천 남동구청장이나 2000년 10월 아파트 건설 사업승인 대가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영등포구청장 등 지난 4년간 인·허가와 관련한 뇌물수수로 중도하차한 자치단체장만 26명에 이른다.

자치단체장은 '해당 자치단체 부단체장보다 한 직급 위의 최고호봉' 대우를 받는다. 수원 등 준 광역시의 시장은 중앙부처 실·국장보다 급여가 많다. 연간 2억원 내에서 편성할 수 있는 판공비와 연금·전용차·개인비서 등도 제공된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능력을 발휘하면 차기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막강한 '지방 대통령'을 견제할 장치는 미약하다.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나 NGO의 활동도 선진국 수준에 못미친다.

충남대 육동일(東一·자치행정학)교수는 "시민들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주민소환제나 주민 옴부즈맨을 도입하고, 주민감사청구제의 까다로운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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