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여름… '활화산 사운드':하드코어 그룹 '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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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3면

레인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함께 1990년대 이후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하드코어 그룹 콘(Korn)이 새 앨범 '언터처블스(Untouchables)'를 발표했다. 99년 발표해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정복한 '이슈스'이후 3년 만에 내놓은 다섯번째 정규 앨범이다.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이 젊은 밴드의 새 앨범이 여름 음반 시장을 얼마나 뜨겁데 달궈놓을지 하드록 매니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콘,'10대의 일그러진 영웅'='10대들의 영원한 대변자''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아이처럼 숨죽여 울다, 억눌린 분노를 한꺼번에 토해내는 강력한 사운드'. 모두 미국의 5인조 하드코어 그룹 콘을 일컫는 말이다.

콘은 공격적이고 강력한 사운드, 거침없는 랩, 강한 사회성을 띤 가사로 무장한 94년 첫 정규 앨범 '콘'을 통해 일약 90년대 중반 가장 주목받는 록 밴드로 등장했다. 이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과 쌍벽을 이루며 하드코어 음악을 이끌어온 이들은, 조금도 처지지 않는 인기와 음악적 열정으로 90년대를 관통하고 2000년대에도 여전한 인기와 창작력을 과시하고 있다.

보컬의 조너선 데이비스, 기타의 브라이언 웰치와 제임스 섀퍼, 베이스의 레지널드 아비주, 드러머 데이비드 실버리아 등 다섯명으로 구성됐다. 80년대 후반부터 각기 LAPD와 섹스아트 등의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던 이들은 콘으로 한데 뭉쳤고 94년 데뷔 앨범이 1백만장 판매를 돌파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어 96년 '라이프 이스 피치',98년의 '팔로더 리더', 99년의 '이슈스'에 이르기까지 내놓는 앨범마다 평론가들의 찬사와 대중적 인기를 놓치지 않으면서 전세계에 수백만명의 매니어들을 거느리는 '카리스마 그룹'으로 확고한 자리를 굳혔다.

오는 20일부터 미국 투어에 나설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전세계 투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하는데 한국 공연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더 강력해진 사운드=모두 열네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새 앨범은 전반적으로 이전 앨범들보다 한층 강력해졌다는 평이다. 멤버들 스스로도 "현재의 콘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앨범"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는 소식인데 듣는 이를 긴장케 하는 콘 특유의 강력한 음악적 힘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전작 '이슈스'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평을 내렸던 일부 팬과 전문가들도 이번 앨범으로 콘이 명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로, '트랙과 트랙 사이에 힘을 빼는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깨가 아플테니까'(대중음악 평론가 박운정)등의 재미있는 소개가 나오고 있다.

첫 싱글은 '히어 투 스테이(Here to Stay)'.낮게 깔리는 베이스 연주와 백 보컬이 곡 전반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가운데 한층 성숙해진 조너선 데이비스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밖에 예의 폭발적인 사운드를 유감없이 펼쳐보이는 '블레임''바틀드 업 인사이드''웨이크 업 헤이트'등의 노래들이 정통 하드코어 매니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으로 보이고 '메이크 빌리브''아임 하이딩'등의 노래는 보다 폭넓은 록 팬들의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대중음악, 하드코어는 어디로 갔나=사실 그룹 콘과 그들의 음악이 많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주목받은 데는 한국 가수 서태지의 역할이 컸다. 2년 전 서태지가 컴백하면서 콘의 음악과 유사한 하드코어를 들고 돌아오고 일부에서는 표절 시비까지 벌어지면서 서태지 매니어들을 비롯한 젊은 대중음악 팬들이 이 '원조 하드코어'그룹과 그들의 음악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관심을 집중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하드코어 매니어들에게 콘은 젖혀놓을 수 없는 그룹으로 이미 자리하고 있었지만 관심을 갖는 팬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서태지 때문이었다.

서태지는 컴백하면서 국내 하드코어 밴드들의 부흥을 다짐했고 상당수 하드코어 밴드들이 활기를 띠는 듯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서 하드코어의 위상은 다시 초라하기만 하다.

올해 안에 새 앨범을 내놓을 것이라는 풍문이 무성한 서태지가 새 앨범에서 여전히 하드코어를 고수할지, 아니면 또 다른 장르를 도입해 색깔을 바꿀지, 만약 그렇다면 한국 대중음악에서 하드코어는 어떤 길을 갈지, 콘의 새 앨범 발매에 때맞춰 새삼 궁금해진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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