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신부직 박탈당한 황창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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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리산에서 수행(修行)생활을 하다 신부직을 박탈당한 황창건(58.사진)씨가 '지리산 주지 신부의 참나 찾기'(287쪽, 도서출판 한솜)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책에는 가톨릭.불교.힌두교.도가사상 등을 넘나들며 만물의 뿌리를 찾는 황씨의 수행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천주교 마산교구 신부였던 그는 1997년 안식년을 얻어 지리산으로 들어가 형제봉 아래인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에 거처를 마련, 수행생활을 했다.

그는 안식년이 끝나도 복귀하지 않았고 결국 마산교구로부터 2002년 10월 '성직(聖職)정지처분'을 받았다.

그는 "어릴적부터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강해 종교에 귀의했지만 교회에서 의문을 풀지 못했다"며 "나름대로의 참선을 통해 '나'는 원래부터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독교.불교 등 종교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고 다양한 하느님으로 인도하는 방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참선과 명상을 통한 그의 마음공부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오전 3시부터 시작되는 이 수련은 점심때까지 이어진다. 오후에는 농삿일을 하는 행선(行禪)을 한다.

그는 지리산에서 수련 중인 도인과 기인들을 찾아 수행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1978년 스위스 쿠르교구 가톨릭신학교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취리히에서 신부생활을 시작한 그는 경남에서 성직생활을 하는 동안 피정(避靜.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묵상이나 기도로 자신을 살피는 일) 지도자로 이름을 날렸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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