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테러방어 '정치적 의지' : 美 국토안보부 신설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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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일 공개한 국토안보부 신설 계획은 제2의 9·11 테러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부처 기능이 너무 방대하고 출범 과정도 너무 정치적이어서 제 기능을 할 것인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55년 만의 최대 규모 정부 개편=국토안보부 신설은 미국이 '국토 방어 전면개혁'을 선언한 것이다. 그만큼 테러 위협이 미 국정의 최대 현안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 부서의 출범에 '국방부 다음 가는 연방 부서의 등장' '1947년 이후 최대 규모의 정부개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것은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이 부처의 기능은 오로지 테러방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4개 본부로 구성되며 각 본부는 ▶국경 경비와 테러범 및 폭발물 색출▶연방 및 지방정부와 비상체제 구축▶핵·화생방 탐지기술 개발▶테러정보 수집 및 분석을 담당한다. 테러방어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집중하고 이를 위해 정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권한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정보 분석가는 최악을 상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 것은 이 부서에 힘을 실어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부서 기능이 너무 방대한 데다 여러 부처에서 인원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의회와도 거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부서의 업무는 의회 내 88개 위원회·소위원회와 관련돼 있다. 또 9개 연방기관과도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새 부서가 얼마나 통합능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치색 짙은 출발=국토안보부의 발족은 부시의 '정치적 반격'이라는 것이 유력 언론들의 분석이다. 부시는 9·11 테러 이후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정국 주도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고 수주 전부터는 '백악관의 9·11 책임론'까지 들먹이는 상황이 됐다. 수세에 몰린 부시 정권은 '제2 테러 위협'설을 내놓았고 이어 국토안보부 신설안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개편안이 9·11 책임론에 대한 의회의 조사가 본격화한 때에 맞춰 나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부의 테러 대처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질 조짐이 보이자 대응하기 위해 부시의 구상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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