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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北者 해법은 식량지원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해 장길수 가족에 이어 지난 3월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25명의 북한 난민이 집단으로 진입하는 등 최근까지 이어진 일부 비정부기구(NGO)단체들이 주도한 '기획망명'은 북한 난민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했다. 그 해법을 둘러싼 국내외 논란도 뜨겁다.

기획망명은 북한 난민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자체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소수의 사람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가짜 신분증과 여권을 만드는 등 중국 국내법을 많이 어기게 되고 자금과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외국 공관 진입은 개인으로서는 몹시 위험한 선택일 뿐 아니라 이후 중국 정부의 난민 색출과 검거의 강화로 대다수 난민의 생활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북한 난민 문제는 발생원인과 해결방안, 남북한과 중국의 3국간 외교관계, 난민 지원을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역할 등 복합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일회적이거나 이벤트성으로 풀기에는 오히려 현실적 제약이 있다.

북한 난민 문제의 근본해법은 난민이 발생한 원인, 즉 식량난의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대량의 식량 지원과 의약품·비료·농자재 등의 인도적 지원, 경제회복을 위한 지원과 투자에 달려있다. 북한의 경제가 살아나고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다면 양식을 찾아 중국으로 넘어오는 북한 난민은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제3국 추방형식으로 기획 망명자 대부분의 한국행을 허용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북한 난민과 이들을 돕는 조선족, NGO 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과 검거 및 송환 작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북한동포들에 대한 난민 지위 인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북한 난민에게 임시거주를 허용하거나 체류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 난민들도 굳이 외국공관에 들어가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고, 2008년 올림픽을 앞둔 중국으로서도 인권국가라는 명분을 얻지 않겠는가. 북한도 식량난의 실태를 정확히 알려 국제적 지원을 호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동포들에 대한 처벌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지원에 나서야 하며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난민문제에 대한 소극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조용한 외교' 정책으로 북한 난민문제에 소극적이라 비판받아온 우리 정부가 모든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 정부는 다양한 외교적 통로로 국제기구와 중국 정부를 적극 설득하고 국내에서도 북한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빈곤국에 대한 지원분담금-GDP의 최소 0.1%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북한 난민에 대한 문제는 단기처방이나 일회적 미봉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남북관계와 국제외교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조 속에 전체 난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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