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DJ 밟고 넘어가나

민주당이 거국중립내각 구성 건의 등 국정쇄신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 및 차남 홍업씨의 검찰 자진출두, 아태재단 국가헌납 등 민주당의 발목을 잡아온 현안들을 한꺼번에 털어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모양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후보 측은 "DJ의 부채와 자산을 모두 승계하겠다"는 당내 경선 당시의 입장을 "필요하다면 DJ를 밟고 넘어가겠다"로 바꾸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 정당이 국민의 뜻을 헤아려 지난 과오를 씻고 개선하려는 자세는 옳다. 문제는 이런 것들의 진지성이다. 민주당의 자성은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각종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민주당은 호남을 제외한 여러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위기 탈출을 위한 지방선거용 궁여지책으로 이런 저런 구상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위장 참회'라고 꼬집으면서 못믿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여태껏 반성은커녕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를 되레 감싸고 이를 비판하는 야당을 비난해온 게 민주당이다. 이제 다급해지니까 지방선거 전 중립내각 구성이라는 현실성 없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는 "그런다고 민주당이 뜨느냐"며 부정적이다. 민주당과 남일 수 없는 청와대가 중립내각 구성을 '선거용'이라고 지적한 것은 대통령 주변을 겨냥하는 데 대한 불만에서 나왔더라도 이 시점에서 제기되는 쇄신책의 순수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진정이 담겨야 하고, 혼신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또 그게 제2창당이건 어떤 형태건 눈 가리고 아웅식이어선 안된다. 정강·정책 정비와 실천노력 없이 위기나 모면하자는 입발림은 국민 기만이다. 후보 측의 DJ와의 선긋기 역시 '도마뱀 꼬리자르기'식이 아닌 현 정권의 실정이 '내탓'이라는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