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모 UC머시드 총장
-UC머시드는 어떤 대학인가.
“캘리포니아주립대 계열 10번째 대학으로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부근에 있다. 2005년 신입생 830명으로 개교했다. 재정난 때문에 개교 계획이 확정된 이후 10년 만에 문을 열었다. 취임 당시 부총장이 다른 학교로 떠나고 학생도 빠져나가는 등 시련기였다. 취임 100일 캠페인을 벌이며 학생과 교수·주민들을 찾아다녔다. UC머시드는 환경·에너지연구, 인지과학, 멀티컬처 등을 특화하고 있다. 의대 신설을 앞두고 있어 헬스·바이오 과학에도 중점을 둔다.”
-지난해 졸업 연설에 미셸 오바마를 초청해 화제가 됐는데.
“학생들이 퍼스트 레이디를 초청하겠다고 하자 학내엔 ‘시간 낭비하지 말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백악관에 편지를 써주겠다’며 독려했다. 학생들이 밸런타인 카드와 비디오를 만들어 백악관에 보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유럽 대학에 가도 우리 대학과 나를 알더라.”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진단한다면.
“대학 경쟁력의 원천은 교수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평가하는 동료 평가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미국에선 승진이나 정년보장 심사 때 학내외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는 동료 평가를 중시한다. 교수가 치열하게 경쟁하면 얻는 게 많다. 미국에선 정년심사 강화 같은 것은 뉴스도 안 된다.”
-교수들이 연구 업적에 매달리다 보니 강의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있다.
“총장을 하면서 대학 평가위원들이 모두 정년보장을 해주자고 한 교수를 거부한 적이 있다. 강의가 좋지 않아서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잘 못하면 대학에 있을 필요가 없다. 연구도 잘하고 교육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정년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
-학생의 강의평가에도 비중을 두나.
“학생 평가에서 ‘엉망’으로 나오면 큰일이다. 인기투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경험상 그렇지 않더라. 수강신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10년 만에 논문 한 편을 내는데 그것으로 노벨상을 타는 교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에선 이런 점까지 고려가 가능한 동료 교수 평가를 중요시한다.”
-최근 KAIST 서남표 총장이 연임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소통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경우 총장 선임은 비밀로 진행된다. 미국 상원의원과 주지사, 대학 총장을 모두 해본 이는 ‘총장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더라. 교수들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기업 경영자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아트(예술)’가 총장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총장의 가장 위대한 힘은 겸손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성탁 기자
◆강성모 총장=연세대 전자공학과 4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에서 전자공학 석사, UC버클리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받았다. 일리노이주립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전기·컴퓨터 학과장과 UC샌타크루즈 배스킨공대 학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