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과거의 향수를 입히다
최시영(인테리어 디자이너)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은 소박하고 단순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빈티지 무드는 몇 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빈티지풍 인테리어는 의의로 쉬운 구석이 있다. 평범한 공간에 오래된 소품 한두 개만 놓아도 분위기는 색다르게 바뀐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은 ‘상식 깨기’다. 과거 약장으로 쓰였던 것을 옷장·책장으로, 높이가 낮은 나무 사다리를 미니 장식장으로, 공장 작업대를 책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제품의 원래 용도와 달리 활용하면 공간에 색다른 활기와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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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랑스에서 수입한 빈티지 소품들. 페이퍼가든
● 베이 갤러리 서울 이태원의 해밀톤 호텔 정면부터 ㄱ자로 이어지는 길에는 가구점이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앤티크 거리’로 불렸는데 요즘은 앤티크와 빈티지가 공존한다. 베이 갤러리는 앤티크와 빈티지 숍으로 두 개를 분리해 운영하기 때문에 물건이 다양하고 개수도 많다. 빈티지 숍에서는 ‘임스 체어’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의자를 생산 당시 오리지널 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서울 보광동, 02-790-3117
● 그 안에 스케치북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MCM 빌딩 지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선 곳곳에 배치한 조명들을 판매도 한다. 1950~60년대 공장에서 쓰였던 공업용 조명들로 동그란 갓에 관절처럼 꺾이는 다리를 가진 게 공통점이다. 레스토랑은 영국 현대 작가 리처드 우드의 그림으로 장식된 모던한 공간과 구식 공장 조명이 멋지게 매치된 커다란 쇼룸인 셈이다. 서울 청담동, 02-518-9636
현대적 감각과 추억을 버무리다
이우진(인테리어 디자이너)
“집은 그 사람의 ‘현재의 취향’과 ‘과거의 시간’이 반영된 곳이다. 현대인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공간을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고 익숙하고 편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성향도 있다. 대조적인 느낌의 ‘모던 + 앤티크’가 트렌드로 꼽히는 이유는 이처럼 서로 다른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의 고가구는 모던한 공간과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키가 낮고 색이나 질감 면에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흰 벽에 모던한 그림 액자를 걸고 밑에 3단 먹감장(먹감나무로 짠 옷장)을 놓거나, 검정 가죽 소파 앞에 나이테가 많이 새겨진 긴 나무 차상을 놓으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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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이탈리아 디자인 조명들. 두오모
● 경인고전 1백 년 이상 된 고가구와 그 재현품을 제작·판매하는 곳이다. 재현품이란 고가구와 디자인은 똑같게 만들되 아파트나 갤러리 등 현대적인 공간에 맞게 사이즈를 조절한 것이다. 단골손님 중에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한국 주재 대사관 부인이 많다. 서울 답십리 고미술 상가, 02-2214-7678
친환경을 만나다
김보경(리빙 스타일리스트)
“앞으로도 여전히 ‘친환경’이 가장 큰 트렌드가 될 것이다. 6월에 열렸던 ‘2010년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만 보더라도 필립 스탁을 비롯한 스타 디자이너들이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거나 ‘자연에 가까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쪽 구석에 홈을 파서 화분을 세워둘 수 있도록 디자인한 금속 책상 등이 그 예다. 물론 꽃·나무 화분을 실내로 직접 들여서 키우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게 쉽지 않다면 원목 소재와 눈이 편안한 베이지·갈색·초록색을 많이 사용하고 면이나 마 같은 천연 소재의 쿠션·커튼 등을 가까이 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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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처럼 짜맞추면서 컬러와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리네 로제’ 소파. 젊은 디자이너 필립 니그로가 디자인한 것이다. 디사모빌리
150년 이상된 고재를 이용해 자연에 가까운 느낌의 가구를 만드는 ‘애쓰니크래프트’. 세덱
● 디사모빌리 이탈리아·프랑스·독일의 명품가구들을 수입하는 가구 매장이다. 대표 제품은 150년 전통의 프랑스 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다. ‘프랑스 디자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에르 폴랑, ‘제2의 필립 스탁’이라고 불리는 로낭&에르방 부룰렉 형제 등이 만든 리네 로제 제품들은 전문가들로부터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논현동, 02-512-9162
‘미니멀’과 ‘에코’가 만나다
이정화(리빙 스타일리스트)
“작년부터 미니멀과 에코가 합쳐진 인테리어 경향이 두드러졌다. 실내를 장식성 없이 간결하게 꾸미되 차가워 보일 수 있는 단점을 ‘자연 감성’으로 따뜻하게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쉽고 돈도 적게 드는 방법은 실내로 꽃·나무 화분을 들여서 자연을 직접 즐기는 것이다. 나무나 돌 등의 자연 소재를 사용한 절제된 디자인의 소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텅 빈 한쪽 벽면을 깔끔한 나무 액자들로 채우는 게 그 예다. 자연 소재는 아니지만 색이나 무늬로 그 느낌을 표현한 대체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방법의 가장 좋은 예는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2008년 국내에서 시공한 모델 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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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대리석에 흙길과 돌 문양을 새긴 미니멀 에코 아이디어. 갤러리아 포레 모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