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보다 재미있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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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솔직히 말해보자. 학교 가는 것이 즐거운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연간 5만5천명에 이른다는 이른바 '교육 중단자'들. 그 중 문제아로 낙인찍혀 학교 문을 나선 아이들은 알고보면 소수다. 기존의 학교 틀을 스스로 거부하는 자퇴 선언이 늘고 있고, 부모들은 속만 태운다. 그나마 아이가 대안학교든 학원이든 어딘가 '적(籍)'을 둔다면 다행이지만 어른세대에는 대안학교가 아직은 미덥지 못하다.

신간 『대안학교는 학교가 아니다』는 제3의 교육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대안교육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의 저자는 일간지 기자 시절 대안학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신문사까지 사직한 그는 미국의 프리스쿨과 우파티나스학교 등 유명 대안학교들을 취재했던 경험을 곁들여 우리나라 대안학교들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글이 다소 딱딱하지만 대안학교를 넓은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법하다.

우선 1장에선 지구촌 어디를 막론하고 약발 떨어진 공교육에 대한 자유로운 실천의 방안인 대안교육의 개념을 훑는다. 이어 2장은 한국에서 대안교육이 팽창해온 과정을 보여준다. 3장과 4장은 다양한 국내 대안학교들에 대해 다룬다. 자유 학교형·생태 학교형·재적응 학교형·고유이념 추구형 학교 등 일반적인 분류법에서부터, 어떤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있다.

대안학교를 둘러싼 법·제도적인 쟁점도 자세히 설명한다. 예를 들어 2001년 초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대표격인 간디학교가 인가받지 못한 중학교 운영 등의 이유로 경남교육청에 의해 고발된 일이 있었다. 원만한 해결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간디학교는 결국 그해 말 중학과정을 자진 해산하고 평생교육시설로 전환됐다. 이는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대안학교가 부닥치고 있는 현실의 벽이다. 이밖에 저자는 광명 YMCA 어린이학교 볍씨, 실상사 작은학교, 하자 작업장 학교, 서울 네트워크 스쿨, 들꽃피는 학교들의 실상을 호의적 시선으로 보여준다. 끝으로 저자는 미국·영국·일본의 다양한 대안학교들에 관한 현장보고서인 5장을 거쳐 6장에서 우리나라에 대안학교가 정착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다소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책이라면 『프리스쿨』(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민들레)이나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호리 신이치로 지음, 민들레)은 미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대안학교 이야기를 쉽게 풀어 놓은 책들이다. 즐길 수 있는 학교,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는 과연 기존 공교육의 체계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를 묻게 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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