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길 터 줘야죠” … 웃으며 떠나는 허·정·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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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2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직을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밝힌 허 감독은 “감독직 연장과 관련해 이런저런 악플로 식구들이 상처를 받았다. 당분간 재충전하며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낸 허정무 감독이 2년6개월 동안 잡았던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허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축구협회가 후임 감독 인선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사퇴를) 일찍 결심하게 됐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당분간 재충전하며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허 감독은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소통 리더십으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이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뤄냈다. 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은 “경험 있는 국내 지도자가 오랫동안 대표팀을 이끌 때가 왔다”며 허 감독에게 감독직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유능한 국내 지도자 분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빨리 결정을 내렸다”며 고사했다.

◆가족들과 쉬며 재충전=허 감독은 “다행히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고 그만둘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16강 진출 후에도 감독직 연장과 관련해 이런저런 악플들로 식구들이 상처를 받았다”며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갖고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후임 감독엔 정해성 수석코치?=허 감독이 재계약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축구협회는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후임 사령탑 인선 작업에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허 감독을 보좌했던 정해성 수석코치가 감독직을 승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허 감독도 축구협회에 정 코치를 후임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전념하겠다”며 고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글=최원창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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