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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도약의 축제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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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침내 2002 월드컵,그 지구촌 축제의 날이 밝았다. 지구촌의 연인원 4백20억 인구가 그들의 시계바늘을 코리아 타임에 맞추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88올림픽 이후 14년 만에 우리는 다시 역사 앞에 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동개최권을 따낸 그날 이후 얼마나 준비하고, 기다리고, 또 별러왔던 6년인가. 10개 개최도시 경기장과 그 인프라 건설에 3조원이 넘는 돈과 땀과 정성을 쏟아부었다.

뒤늦게 시작해 일본보다 한발 빨리 완성한 우리의 경기장들은 잔디도, 음향도, 관람석 안전도도 모두 합격점을 웃돌았다. 5-0 참패의 악몽에서 기적처럼 일어선 한국 축구, 열정적이면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붉은악마들의 응원, '세계인을 어깨동무'로 끌어안은 어젯밤 전야제의 감동은 한마디로 우리의 힘과 성숙함이 아니고 무엇이랴.

공사장의 수십만 노동자,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여든 수만명의 자원봉사자, 경기장의 함성을 뒤로하고 두꺼운 진압복에 불철주야 경호와 경비에 안간힘인 '회색 악마', 이 모두의 땀과 희생으로 우리는 오늘에 이르렀다.

88올림픽이 한국을 바깥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 이번 월드컵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저가품 제조국'에서 정보강국으로 탈바꿈한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는 절호의 기회다. 월드컵은 축구경기를 매개로 국가적 역량을 저울질받는 시험대이고, 그래서 축구경기의 승패보다 '장외(場外)월드컵'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 월드컵을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려면 무엇보다 '안전 월드컵'부터 실현시켜야 한다. 알 카에다 조직이 온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 이벤트를 지나쳐버릴 리 없다.경계와 사전점검, 유사시의 신속대응에 한 치의 빈틈이 있어서도 안되며 안전점검에 따르는 불편과 번거로움은 우리 모두가 참고 견뎌야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의 질서 및 시민의식은 몇 차례 평가전에서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나아가 경기의 승패나 16강에의 집착보다는 멋진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는 '즐기는 축구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 싸워 이기라는 '코리아 파이팅'보다는 외국팀도 응원하는 세계 스포츠 시민의식도 차제에 과시해야 한다.

이번 공동개최를 한·일 간 관계증진 기회로 활용하는 외교월드컵 또한 더없이 중요하다. 양국의 정·관·체육계가 공동개최를 성공시키고 스포츠언어를 통해 양국 간 모난 부분을 축구공처럼 둥글게 다듬는 성숙함도 보여야 한다. 전세계 4천여명의 경제인들이 몰려와 벌이는 'CEO 장외 월드컵',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전야제와 개막축제로 선보인 '문화월드컵'을 우리 경제의 활력과 문화자산을 세계화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 중차대하고 역사적인 과업 앞에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서민과 귀족을 막론하고 축제가 끝날 때까지는 붉은 옷을 입고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세계에 보여주자. '고! 코리아'의 합창을 소리높여 외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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