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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온종일 환한 나라 ................ 알래스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여름엔 낮만, 겨울엔 밤만 계속되는 땅

해가 지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갔다 왔습니다.

여름의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건 광활한 대지와 지평선 위에 핀 뭉게구름, 그 뭉게구름이 빚어낸 구름 그늘을 한껏 즐기는 일이다. 디날리국립공원에서. 저 멀리 흰 봉우리가 북미 최고봉 매킨리 연봉이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해 호텔방 문을 여니 집을 떠난 지 꼬박 하루가 지나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만큼 거기는 참 멀었습니다. 하나 원래는 아시아 대륙이었답니다. 지금도 아시아 동쪽 땅에서 96㎞밖에 안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대전이 130㎞가 넘으니 정말 가까이 있지요. 그러나 지도 펼쳐놓고 보면 한참 떨어져 있어 보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땅덩어리는 엄청나게 컸습니다. 남한 땅의 15배라고 하니까요. 하나 사람은 그리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넓은 땅에 고작 60만 명이 살고 있답니다. 대신 기억에 남는 만남도 있었습니다. 초원을 노니는 곰 가족, 갯바위에 걸터앉은 바다사자, 한가로이 풀 뜯는 버펄로 무리, 새침데기 붉은 여우를 코앞에서 지켜봤습니다. 길들이지 않은 늑대·순록·독수리하고도 마주쳤습니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야생동물을 물리도록 구경했으니, 이 정도면 캔자스 소녀 앨리스의 원더랜드 못지않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하늘입니다. 티 없이 파란 하늘과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뭉게구름, 구름이 군데군데 그려놓은 그늘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거기 하늘은 늘 파랬습니다. 밤이 되면 검은색이 되어야 하는데, 거기에선 밤이 와도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 온종일 환한 나라만큼 이상한 나라가 또 있을까요.

그림 같은 새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이쯤에서 이상한 나라의 정체를 밝힙니다. 거기는 알래스카입니다. 빙하기 시대 우리 민족과 똑같이 생긴 아시아 인종이 걸어서 갔던 신대륙. 186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에 사들여 미국의 49번째 주(州)가 된 영토. 금과 석유의 매장량을 짐작도 못한다는 미국 최후의 개척지. 여전히 사람보다 야생동물이 훨씬 많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 둥근 별 지구의 북쪽 끄트머리에 틀어박혀 여름엔 낮만 이어지고 겨울엔 밤만 계속되는 북극의 나라. 그 알래스카를 다녀왔습니다.

알래스카 여행은, 이태 전 문을 연 알래스카 관광청 서울사무소가 처음으로 한국 언론을 초청해 이뤄졌습니다. 이번 여행이 각별했던 건, 개별자유여행(FIT)이어서입니다. 앵커리지 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빌린 뒤 알래스카 남쪽 해안에서 북극권 안쪽까지 손수 운전해 다녔습니다. 알래스카 깊은 속살을 들춰보고 왔다고 자신하는 이유입니다.

동화에서 앨리스는 흰 토끼를 따라 원더랜드로 들어갑니다. 이번 주 week&은 그 흰 토끼입니다. 당신의 알래스카 여행을 위한.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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