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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위한 한국안내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한국에는 볼거리·먹을거리는 많지만 읽을거리는 없다."

한국지사를 방문하러 온 다국적 기업 마케팅 담당 '마크'가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외국어는 논외로 치더라도, 영어로 번역된 한국문화 관련 도서조차 적은 건 사실이다. 우리 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데는 스스로 주눅이 들어있거나 자기비하 내지는 열등의식이 작용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에 처음 온 마크에게 권해줄 만한 책이 그리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문화의 특성을 키워드로 정리한 『An Illustrated Guide to Korean Culture』(학고재)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The Beauty of Korea』(한림출판사)와 같은 책이 우선은 제격이다.

마크가 한국인과 미국인의 행동양식 차이를 설명해 놓은 책에 흥미있어 한다면, 『American/Korean Contrasts』(한림출판사)를 추천할 만하다. 또 음식문화에 관심을 보인다면 김치를 실제 조리법은 물론, 문화적인 관점에서 해설한 『Kimchi, Thousand Years』(디자인하우스)가 좋다. 서울의 음식점들을 소개한 최신간 『Seoul Food Finder』(쿠켄)는 실용적인 가이드로서 훌륭하며, 전통 사찰음식을 엄선한 『Korean Temples and Food』(정리 퍼블리케이션), 한국 음식의 칼로리를 일일이 밝혀놓은 『Calorie Book』(현암사)도 관심을 가질 법하다.

한국문화를 좀 깊이있게 접근시키려면 문학작품만한 게 없다. 저렴한 가격의 문학 작품들이 많이 출간돼 있다. 구상·천상병·김지하·고은 등 기라성 같은 시인들의 작품을 모은 『한국현대시 영한대역 총서』(답게)와 이상의 '날개', 박완서의 '그 가을의 사흘동안', 조정래의 '유형의 땅', 이균영의 '어두운 기억의 저편' 등을 모아놓은 『한국현대단편소설선』(지문당)이 대표적이다.

고전문학 작품에 의외로 흥미있어 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영역한 『The Fisherman's Calendar』, 전통 시가를 엮은 『Shijo Rhythms』, 신라향가와 고려가요·조선시조를 담은 『Mirrored Mind』가 모두 포켓 사이즈로 이스트워드에서 나와 있다. 우리 고유 한시를 엮은 『Korean Poetry in Classical Chinese』(소명출판)도 권할 만하다.

상대의 전문적인 취향을 고려해 한국의 아름다운 자수를 망라한 『The World of Colorful Delight』(한국자수박물관), 한국 선불교의 특징을 설명한 『What is Korean Buddhism』(조계종출판부),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를 영어로 인터뷰한 기록인 『Conversation with Kayagum Master Byungki Hwang』(풀빛, 영한대역) 등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현대물도 있다. 자기경영의 전도사로 불리는 구본형의 『For A Dazzling Day』(휴머니스트), 한국 건축의 미학을 흑백사진에 담아놓은 『The Beauty of Korean Architecture』(관훈)가 그것이다.

마크가 다니는 회사의 한국지사장은 한국에서 3년을 살고 있지만 아직도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에일리언'(alien)으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들 외국인을 대할 때 책이라는 아주 효율적인 매체를 잘 활용한다면, 그들을 우리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좋은 이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형근

<한국문화 해외 알림 공간< p>

'서울셀렉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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