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이번엔 EU와 갈등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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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2일 베를린 도착을 시작으로 취임 후 세번째 유럽 순방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이 처음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미사일방어(MD)계획과 관련,"유럽을 설득시키러 왔노라"던 호언에도 불구하고 이견의 골만 확인한 채 돌아가야 했다.

그 다음달 열린 제노바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에 참석한 두번째 순방에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MD 계획과 공격용 핵무기를 연계한 협상을 열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유럽과의 견해차는 끝내 좁히지 못했다.

1년도 못된 기간 중 세번째나 되는 이번 방문에서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와 역사적인 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하게 됐다. 그의 외교력 부재를 우려하던 시각을 일거에 불식시킬 만한 결실이다. 하지만 유럽국가들은 여전히 입이 나와 있다. 미국-러시아 대화에 공연한 들러리만 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표정이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의 유럽 방문횟수가 늘어날수록 미국-유럽간 이견의 목록은 길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와 사형제도·유전자변형물질(GMO) 등에 대한 기존의 시각차에 중동 평화·'악의 축' 문제가 더해지더니 철강수입 규제·국제형사법정·군사예산·농업보조금 문제 등이 추가됐다.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가 2000년 서명했던 국제형사법정 창설을 위한 로마조약의 일방적 철회를 선언한 미국의 태도는 유럽국가 등 의회 비준까지 마쳤던 60여개 국가의 공분을 샀다. 또 내년도 국방예산의 4백80억달러 증액 결정은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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