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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黨 전락… 억장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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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은 23일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와 소속 의원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도부·의원 워크숍을 열고 당의 앞날에 대해 논의했다. 워크숍은 잇따라 터져나오는 각종 게이트와 노풍(風·노무현 지지바람)의 하락,'지방선거 여당 전패론'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와 '특단의 대책'요구로 격론 속에서 진행됐다.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내 신주류와 과거 당의 중심세력이던 구주류 간의 신경전도 팽팽했다.

◇쏟아진 위기론·자성론=민주당 워크숍에서는 수도권의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이 앞장서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아태재단 해체 등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각종 게이트로 당이 침몰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절박감이 발단이 됐다.

강성구(姜成求)의원은 "지난해 몸부림을 쳐 기사회생했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 하루하루 산소 호흡기를 꽂고 지내는 심정"이라면서 강도 높게 자성론을 펴나갔다. 그는 "민주당은 이제 지역당으로 전락해 호남 외엔 어디에서도 행세하지 못한다"면서 김홍일(金弘一)의원의 거취 표명과 아태재단 해체를 요구했다.

정장선(鄭長善)의원은 "야당에서 대통령 아들 비리를 공격할 때 우리 당은 근거를 대보라고 했는데, 모두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 후보는 워크숍 인사말에서 "과거를 단절하거나 부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끊임 없이 받고 있어 고통스럽다.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의 단절 요구에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동교동계 배기운(裵奇雲)의원은 "두 아들(홍업·홍걸씨)비리 문제는 장남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裵의원은 게이트와 관련, "야당의 공작 정치가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검찰·국가정보원 등의 조직 갈등을 활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체회의 전에 5개조로 나눠 진행된 분임 토의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쇄신파 의원들은 "정치부패 청산을 위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任鍾晳), "당이 최근의 부패 사태에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朴仁相)는 주장을 폈지만 동교동계 설훈(薛勳)의원은 "부패 정권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아들은 당과 무관하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朴의원에 동조하는 발언이 다수였다고 김태홍(金泰弘)의원이 전했다.

◇"당과 후보가 겉돈다"=이상수(相洙)의원은 "당과 후보 간의 관계가 미숙하다"면서 "후보는 개인이 아니며 앞장서 당무를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채정(采正)의원도 "당정 분리가 합당하기는 하지만 대통령 당선 후의 일"이라고 거들었다. 이호웅(浩雄)의원은 "지금 후보 보좌진을 보면 경선 당시 수준을 못 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화중(金花中)의원은 "최고위원들 간의 당직 나눠먹기가 심각하다"고 했다.

◇개헌론 논란=정치 분야 분임 토의에서는 ▶4년 중임제▶정·부통령제▶이원집정제 등을 포함한 권력 구조 개편 문제를 대선 공약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원유철(元裕哲)의원이 밝혔다. 현재는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지방선거와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선거의 사이클이 맞지 않아 매년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당내에선 자민련 및 한나라당 비주류 등을 유인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후보 측은 "현행 헌법에도 분권 및 내각제적 요소가 담겨 있다"며 "권력 구조 문제는 정치 개혁의 본질적 부분이 아니다"고 난색을 표했다.

강민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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