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수비수 이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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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올해 들어 이민성(29·부산 아이콘스)의 얼굴 표정은 펴질 날이 없었다.

'부상의 악순환'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1월 18일 미국 프로축구 LA 갤럭시와의 연습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북중미골드컵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조기 귀국했다. 이때부터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이민성은 독일까지 건너가 재활치료를 받는 등 한달 남짓 공들인 결과 대표팀 김현철 주치의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스페인 전지훈련 준비를 하던 3월 초, 이번엔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고장났다.

한시라도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겠다는 욕심에 무리하게 훈련한 게 화를 불렀던 것이다.

덕분에 이민성은 유럽 전지훈련 기간 내내 전술훈련을 하는 동료, 선·후배들의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봐야 했다.

이달 초 시작한 서귀포 전훈에서는 마음고생까지 겹쳤다.

이번엔 오른쪽 허벅지를 다쳤고 치료에 몰두하던 중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사실상 최종 엔트리인 서귀포 전훈 멤버에서 제외됐던 독일의 심재원(프랑크푸르트에 임대 중)을 불러들였다.

자칫 후배 심재원과 최종 엔트리 포함을 위한 경쟁을 할 판이었다. 부쩍 신경질이 늘었고, 자신의 부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취재진은 기피 대상 1호일 수밖에.

21일 잉글랜드전을 마치고서야 이민성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16일 스코틀랜드전에 후반 출장, 45분을 뛴데 이어 잉글랜드전에서도 경기 막판 출장기회를 얻어 잃었던 경기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후배 심재원을 생각하면 드러내놓고 좋아할 처지도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확인하게 됐던 것.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큰 부상 등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최종 엔트리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 21일까지 FIFA에 제출하게 돼 있는 최종 엔트리에 이민성이 포함된 명단을 보냈음을 확인했다.

시련 끝에 어렵사리 본선호에 승선하게 된 이민성은 본선 무대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뛸 각오다.

스스로 정상 컨디션의 80~90%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히고 있고, 훈련에 열중하는 이민성의 성실함은 대표팀 내에서 정평이 나있다.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묵묵히 '뜀박질'에만 매달려온 이민성의 입가에 오랜만에 미소가 스치고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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