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최용수 부활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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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거스 히딩크 감독이 21일 잉글랜드 평가전에 띄운 승부수는 설기현과 최용수다. 지난 유럽 전지훈련 때 핀란드 평가전에서 함께 기용된 두 선수는 두달 만에 다시 발을 맞춘다.

최근 상승세인 황선홍·이천수·최태욱 대신 부진했던 두 선수가 선택된 이유는 힘과 높이의 유럽 수비수들을 상대할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두바이 4개국 대회 이후 15개월째 A매치 무득점인 설기현과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전 이후 6개월째 골 침묵에 빠진 최용수로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증명해야 한다.

설기현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애정은 각별하다. 스코틀랜드 평가전 다음날인 17일 서귀포 전지훈련지로 돌아온 뒤 회복훈련 때다. 다른 선수들이 미니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 설기현은 연습장 한쪽에서 핌 베어벡 코치로부터 슈팅 과외교습을 받았다.

스코틀랜드전 출전 명령까지 받았다가 연습도중 허벅지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던 설기현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20일 훈련 직후에도 히딩크 감독은 "주요 선수는 규칙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야 실전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며 설기현의 이름을 거론했다.

스코틀랜드 평가전 후반 안정환이 한국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최용수는 "나 앞으로 (안)정환이 팬 할래"라는 자조섞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최전방 중앙이라는 포지션에서 김도훈·이동국과 경쟁을 벌여 살아남은 그였다.

다른 공격수들이 측면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인 반면 그의 자리는 오직 최전방 중앙 하나뿐이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전에서 실험기용된 안정환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자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한국 공격수 가운데 몸 싸움과 제공권에서 유럽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설기현과 최용수. 이들이 부진할 경우 히딩크 감독으로선 전술 운영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잉글랜드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폴란드와 미국의 특성을 고루 갖췄다.

이들에 대비한 이번 잉글랜드 평가전은 두 선수 개인에게는 베스트11을 향한 마지막 시험 무대인 동시에 한국 팀엔 측면 돌파와 중거리 슈팅에 의존해온 공격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한판이다.

서귀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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