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에 돈 다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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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주식형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간접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증시가 종합지수 810선까지 조정받다 상승세를 타자 '큰 장'이 다시 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고객예탁금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기관들의 뭉칫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수급여건은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순수주식형 펀드 설정액 10조원 돌파=17일 현재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를 합한 순수 주식형(주식편입비율 60%이상)설정액은 각각 9조2천5백31억원, 8천8백1억원으로 총 10조1천3백32원을 기록했다.

또 혼합주식형(주식편입비율 30~60%)도 수익증권 15조3천6백25억원과 뮤추얼펀드 1조5천3백23억원 등 16조8천9백48억원에 달했다. 즉 순수형과 혼합형을 합한 투신권의 간접주식투자 규모는 27조원을 넘어섰다.

<그림 참조>

종합주가지수가 9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달 25일 이후 3주 남짓 만에 2조원 넘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특히 15일에는 하루 동안 순수주식형에 5천5백억원이 몰리는 등 주식형펀드에만 1조원 가량이 유입됐다.

동양투신운용 조용래 마케팅팀장은 "지난주 후반 주식형 상품에 돈이 많이 유입된 것은 외국인이 KT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외수펀드(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에 집어넣은 돈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기관·개인자금이 새로 들어온 게 아니라 KT공모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인 만큼 KT공모가 끝나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외수펀드의 영향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주식을 사기 위해 들어온 돈"이라며 "외수펀드는 환매수수료가 3%이고 1년 이상 장기투자를 위해 들어온 자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KT공모가 끝나더라도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T공모가 끝난 18일까지 주식형 상품에선 자금이 거의 빠져나가지 않았다.

고객예탁금이 꾸준하게 늘어난 것도 수급상황을 개선시키고 있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개인들이 조정 장에서 주식을 현금으로 바꿔 고객예탁금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미수금이 9천2백억원 수준으로 다소 늘고 있지만 6월물이 만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매수차익 잔고도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900선 넘으면 의외로 쉽게 올라갈 수도"=이같이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시중자금이 달리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장세가 크게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투신운용 김기봉 주식운용부장은 "930까지 올라갔을 때 펀드를 환매했던 자금들이 다시 들어올 시기를 엿보다가 800선을 지킨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자 펀드에 대거 재가입하고 있다"며 "환매물량이 대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 900선을 넘어서면 의외로 쉽게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투신 김태우 팀장은 "지난달 초 900대 초반에서 증시에 들어왔던 보험사 등 3월 결산법인들이 800에서 손절매에 나설 경우 수급은 크게 무너질 상황이었다"며 "이 고비를 넘긴 만큼 900 언저리에서 대규모 자금이 펀드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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