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연 선거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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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대 대(對) 운동권'으로 상징되는 서울시장 이명박(한나라)·김민석(민주)후보의 옛 인연이 선거에서 묘하게 되풀이돼 화제다.

"청계천 복원으로 강북을 재개발하겠다"고 공약한 李후보는 청계천과 인연이 깊다.

1965년 신입사원으로 현대건설에 입사한 李후보는 한동안 청계천 복개 업무를 직접 담당했다.

그는 "내 손으로 지었던 청계고가니까 내 손으로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계천 복원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주장했다.

李후보는 중구 무교동의 옛 현대상선 사옥에 선거 캠프를 차렸다.지금은 외국계 회사인 모건 스탠리에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이곳은 초창기 현대건설의 본사였다.

李후보측은 "남대문과 프라자호텔 뒤편, 서소문 등을 물색했으나 건물주들이 야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모두 거절당했다"며 "모건 스탠리 회장이 해외에서 李후보의 이름을 들었다며 건물 사용을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옛 '현대맨'들의 지지도 만만찮다. 현대건설 퇴직사우 모임인 '건우회' 홈페이지에는 李후보를 응원하는 글들이 올라 오고 현대아파트 경비원들은 아직도 "회장님"이라 부르며 거수경례를 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김민석 후보는 '운동권 출신'이란 이미지와 인연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여의도 선거사무실에 들어서면 벽에 붙은 대자보들이 눈길을 끈다.

매직펜으로 '힘내라 김민석''필승 바람개비'라고 쓴 문구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金후보측은 "대자보는 386세대 특유의 시대적 공감대를 끌어낸다"고 말했다.

金후보는 "이념은 곧 생활"이라며 "지금도 '생활의 진보'를 지향하는 만큼 학생운동 때 가졌던 신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돌풍의 주역이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처럼 '민사랑(김민석을 사랑하는 모임)'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金후보를 지지하는 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사랑은 현재 8백7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민사모 회장인 김동수(34·회사원)씨는 "젊고 개혁적인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자발적인 모임을 꾸렸다"고 밝혔다.

金후보측은 "민사랑 회원들이 내놓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정책 결정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허인회·이인영·임종석 등 총학생회장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지원 유세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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