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 앞다퉈 "친인척 단속"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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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주요 정당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방법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역대 정권마다 친인척에 대한 엄정한 관리를 다짐했지만 비리가 끊이지 않았고, 해당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 진영은 설득력있는 관리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묘수 찾기 나선 후보들=李후보는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를 감찰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대통령 직계 존비속의 재산공개 의무화▶친인척의 공직 임명 제한 등을 '정치적 선언' 형식으로 발표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과 장관급·검찰 관계자가 직접 관련된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선 특별검사제를 도입키로 했다.

盧후보는 17일 방송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당과 정부를 모두 장악하는 초월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정치개혁이 이뤄지고▶정실·부패문화를 청산하는 쪽으로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고발제 같은 감시 가능한 통제제도를 두고 금융실명제·부패방지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盧후보측은 그러나 한나라당의 독립기구 설치 방침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구를 두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할 일을 못한다"고 반대했다.

◇친인척 관리, 왜 안되나=문제는 시스템보다 대통령의 각별한 주의와 조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도 대통령 친족(8촌) 및 외가·처가(4촌)와 그 자녀들은 '1급 관리대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국정원 등이 관련 업무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견제 장치는 권력의 힘 앞에서 번번이 무력화됐다. 5공 시절 이철희·장영자 사건에 연루된 이규광(李圭光·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삼촌)씨의 활동 중단과 구속을 건의했던 당시 허삼수(許三守)사정수석과 유학성(兪學聖)안기부장은 오히려 옷을 벗었다.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는 국정 농단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YS의 신임이 두터워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현 정부의 '홍3 게이트'도 친인척들에게 온정적 시각을 보여온 김대중 대통령의 태도가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견해가 있다.

◇감시자가 오히려 비호=청와대 민정·사정수석 출신인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의원은 "사정기관이 근친들의 눈치를 보거나 유착하면서 관리가 엉망이 됐다"고 기억했다.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했던 김성재(金聖在)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은 "감시자가 동향·동창이다 보니 사전에 발각돼도 서로 눈감아주거나 덮어주는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정민·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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