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엘리트 교육 제대로 뒷받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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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초.중.고 학생의 5%인 40만명에게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학업 성적과 재능이 뛰어난 학생에게 영재교육과 수준별 수업 등 질 높은 엘리트 교육을 본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지속된 평준화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교육에 경쟁력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행 평준화 제도에 대해서는 보편성 교육에 치우쳐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등생과 열등생이 동시에 동일한 교육을 받는 바람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흥미를 잃고 잠재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발표된 고1과 중2, 3 학년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를 보면 한국 학생은 전체 평균으로는 상위권이다. 하지만 상위 5% 학생의 성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다. 국가가 교육의 목표를 형평성에 두면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심화교육의 기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능력이 없으면 국가의 장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한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듯이 국가의 경쟁력은 상위권 인재의 능력과 실력에 따라 좌우된다. 이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나라를 앞장서 끌어가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오래 전부터 상위권 학생들에게 고교 때 대학 교과목을 수강토록 하는 등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논란 끝에 마련된 수월성 교육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확고한 의지와 교원 단체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육부는 영재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또 상위권 학생이 잠재 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도록 이들을 지도할 우수한 교원을 양성.배치해야 한다. 특히 과거 우열반 편성을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학부모와 교원 단체들이 또다시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