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니로·에디 머피 주연 - "쇼타임" '투캅스 24시' TV로 생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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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두 형사가 있다. 하나는 과묵하고 형사 본연의 임무를 항상 의식한다. 다른 하나는 정반대다. 따발총 수다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데다 '어떻게 하면 튈까'를 본능적으로 고민한다. 갈등을 빚을 것이 불 보듯 뻔한 두 사람이 파트너로 맺어지는 건 형사 영화의 공식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전형적인 짝짓기에다 형사들이 자신들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TV 카메라 앞에 노출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이색적인 설정을 보탠 '쇼타임'은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파 로버트 드니로와 에디 머피를 기용해 잘 다듬어진 '한판 쇼'를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슈렉'에서 발군의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머피는 쉴 새없이 늘어놓는 수다와 유리창에 얼굴을 대 찌그러뜨리는 식의 '개인기'를 통해 명성을 확인시킨다. '팔색조'처럼 어떤 장르에도 잘 적응해 존재를 드러내는 드니로의 연기는 반대편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치 프레스턴(로버트 드니로)과 트레이 셀러스(에디 머피)는 우연한 기회에 경찰의 24시간을 담은 생중계 프로에 발탁된다. 담당 프로듀서인 체이스 렌지(르네 루소)는 '쇼타임'이라고 명명한 이 프로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둘을 쫓아다닌다. 그런데 이들이 고성능 총기류를 제조·밀매하는 일당을 검거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쇼'는 '현실'로 바뀌게 된다.

줄거리에서 짐작이 되듯 '쇼타임'은 매스컴의 허구성이나 조작 가능성에 대한 풍자를 심각하지 않은 선에서 담으려고 애썼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송 프로들이 사건을 재연하기만 해도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이 영화를 보면 서구에서는 아예 실제 상황을 중계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시청률을 좇는 과정에서 형사도 한낱 배우로 전락한다. 무능한 순찰경관이었던 트레이는 '섹시하고 대담하며 여성 시청자에게 호소력있는' 배우로 바뀐다.

반면 자기 임무에 충실한 미치는 제작진에 "저렇게 연기 못하는 인간은 처음 본다"며 빈축을 산다. 아이러니다.

'쇼타임'이 담는 경찰서 장면도 미치의 발언을 빌려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된다. 체이스는 '카메라발'이 좋아야 한다며 미치의 평범한 경찰서 책상을 사방이 유리로 된 사무실로 둔갑시킨다.

현실과 허구가 어지럽게 얽히면서 본말이 전도되는 순간 이 가벼운 오락물은 '스타스키와 허치'류의 형사물을 단순하게 패러디한 수준에서 한 단계 도약한다. 감독 톰 데이.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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