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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처리 국제화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일 양국이 중국의 선양(瀋陽)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했다가 중국 경찰에 붙잡혀 갔던 탈북자 5명을 제3국 출국 형식으로 서울에 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어쨌든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 탈북자들의 절박한 생존투쟁을 외면한 일본의 행위나, 미국행을 바란 이들의 수용을 거부한 미국의 입장을 지켜보는 우리로선 매우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일본 영사관이 탈북자들을 처리한 자세는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일본 측은 사건이 터진 이후 중국 경찰이 공관의 치외법권을 위반하고 이들을 강제로 연행해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현지 조사 결과와 중국 측의 반박, 그리고 현장을 찍은 비디오 등을 종합해 아무리 선의로 판단한다 해도 일본측이 중국 경찰의 연행행위를 방조 또는 묵인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나쁘게 보면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대로 그들을 공관 바깥으로 쫓아내도록 지시했다는 주중 일본대사의 지침이 이행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 처리에 관한 한 일본은 국제적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인권과 인도주의를 국제사회에 유난스레 강조하고 강요해온 미국이 자국으로 정치적 망명 의사를 피력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행위도 너무 궁색하고 괴이하다. 중국도 타국 공관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한 탈북자들을 연행한 것은 너무 야박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본의 아니게 연루된 관련국들이 탈북자들을 '뜨거운 감자'로 인식, 이리저리 회피하려고 해서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 행렬을 막을 수 있느냐에 있다. 탈북자들에겐 그 길이 가장 확실한 생존 방안이고 또 많은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그들을 돕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 이해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이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 외교력이 발휘돼야 할 적기(適期)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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