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南北협력 문제는 北 실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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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지난 13일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인 박근혜(朴槿惠)의원과 만나 나눈 얘기는 사안의 비중으로 볼 때 실천만 뒷받침된다면 남북 화해·협력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금강산댐 공동조사나 6·25 실종군인의 생사확인, 이산가족 면회소 등 민감한 현안의 해결을 金위원장이 직접 약속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측 일각에서 붕괴 우려가 제기된 금강산댐의 공동조사를 金위원장이 받아들였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금강산댐 붕괴가능성 제기는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 발언과 함께 북측이 경협추진위 등 남북관계 일정표를 다시 헝클어뜨리는 빌미가 됐다.

공동조사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남북간 오해가 풀리는 계기가 마련되고, 남북관계도 복원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대화내용이 곧바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재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간 합의나 서면약속이 아닌 어디까지나 사적인 만남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교수는 14일 "金위원장이 朴의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질문한 내용에 대해 원론적 수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진단했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 정부 부처와 각 정당도 원론적인 환영 입장을 표명하면서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북한이 朴의원을 초청하고 이례적으로 환대한 대목을 두고 남한 대선을 겨냥한 고도의 교란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金위원장의 서울답방과 관련, 북의 백남순 외무상도 같은 날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金위원장이 희망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으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의례적 발언"이라며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다음은 朴의원과의 일문일답.

-金위원장의 이번 약속을 신뢰하느냐.

"남북문제 역시 인간이 하는 문제고, 신뢰가 바탕이 되는 게 중요하다. 자존심을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려 하는 게 쌓여갈 때 평화가 정착된다고 본다."

-부친들간 악연이 있다.

"나의 방북이 남북간 신뢰·평화 정착에 작은 초석이 되길 진심으로 염원한다."

-부친들에 대한 얘기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나라를 발전시킨 것에 대해 굉장히 평가하는 얘기가 있었고 그때 1·21사태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다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때 일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죄를 받았다고 했다."

-대부분 약속이 정부의 후속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 당국과 얘기할 것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 좋은 결과를 갖길 바란다."

-방북 전 정부와 상의한 바는.

"없었다."

-金위원장에 대한 인상은.

"대화하기 편했다. 시원시원하게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간 공식 접촉이 재개되리라 보나.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했고, 金위원장의 '지키겠다'는 답변이 있었다. 희망적으로 본다."

-공식대화 중단에 대한 북한측 입장은 뭔가.

"김용순 비서가 금강산댐 얘기를 했는데 서운한 점이 있다고 했다.회담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금강산댐 전부가 형편없는 부실공사인 듯 보도됐는데 상당히 섭섭했던 것이다. '한국은 모든 것을 자유롭게 쓰고, 욕도 많이 먹는 곳'이라고 했다."

이영종·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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