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마주어 한국팬'이별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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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마주어와 뉴욕필은 링컨센터 시즌을 마무리한 뒤 6월 6일부터 한 달간 독일과 아시아 순회공연을 떠난다.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7월 1~2일 서울 공연. 마주어와 뉴욕필이 1994년에 이어 8년만에 꾸미는 내한공연이기도 하다.

협연자는 미국 태생의 중국계 피아니스트 헬렌 황(19). 92년 뉴욕필 주최 영 아티스트 컴피티션에서 우승한 신예다. 마주어의 총애를 받으며 텔덱 레이블로 데뷔음반을 냈다. 96년 첫 내한 독주회에 이어 지난해 KBS 교향악단 신년음악회에도 출연했다.

탱글우드가 최후 무대

91년 마주어가 뉴욕필 음악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뉴욕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톨릭 사제처럼 근엄한 표정의 독일인 지휘자는 뉴욕의 분위기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97년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버나드 홀랜드는 마주어의 지휘 스타일에 대해 "너무 독일적이어서 객원지휘를 맡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공산주의자''반(反)유대주의자''독재자'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뉴욕필 총감독 드보라 보르다는 2000년 9월 마주어와 의견 충돌 끝에 LA 필하모닉으로 떠났다.

하지만 마주어가 지난 11년간 뉴욕필의 연주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청소년 음악회를 지휘한 후 로비에서 '미래의 청중'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사회의 반대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65번가의 파크 에브뉴 아모리를 콘서트홀로 개조해 저렴한 입장료로 여름 특별공연을 열자고 제안한 것도 그였다. 정기연주회 입장료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을 위해서다. 취임 직후 그가 제안한 연주실황 생중계는 FM채널 WQXR의 '뉴욕필과 함께 하는 퇴근길'로 실현됐다.

마주어는 국제멘델스존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멘델스존을 존경한다. 19세기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이 그랬던 것처럼 뉴욕필 음악감독은 '뉴욕의 음악 시장(市長)'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휴머니즘에 입각한 음악관이 클래식 음악을 엔터테인먼트의 하나로 생각하는 뉴요커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미지수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완벽하지만 무의미한 연주'다."작품의 밑바닥에 흐르는 정신을 꿰뚫는 연주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 매끄럽고 빈틈없이 정확한 연주를 강조하는 후임 음악감독 로린 마젤과 다른 대목이다.

佛 교향악단 감독으로

1842년 창단된 뉴욕필은 미국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거쳐간 음악감독은 월터 담로시·구스타프 말러·윌렘 멩겔베르크·아르투로 토스카니니·브루노 발터·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레너드 번스타인·조지 셀·피에르 불레즈·주빈 메타 등이다. 단원수는 1백2명. 그중 35명이 여성 단원이다.

한국인으로는 미셸 김(부악장)·함해영·리사 김·김명희·권수현(바이올린)등 5명이 활동 중이다. 연간 예산은 약 4천만 달러(약 5백20억원). 매표수익·로열티·연주료가 47%로 가장 많고, 후원회 기금과 투자 수익이 각각 30%와 22%를 차지한다. 주정부와 뉴욕시의 지원금은 1%에 불과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공연 메모

▶7월 1일 바르토크'디베르티멘토', 쇼스타코비치'피아노 협주곡 제2번'(협연 헬렌 황), 베토벤 교향곡 제3번'영웅'

▶2일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서곡', 말러 교향곡 제1번'거인'. 공연개막 오후 8시·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88-7890.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 쿠르트 마주어(75)가 오는 7월 20일 탱글우드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을 마지막으로 단원들과 작별을 나눈다. 오는 9월부터 로린 마젤(72)에게 지휘대를 물려주는 것이다. 마주어는 2000년부터 런던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도 겸하고 있는 데다 오는 9월엔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에도 취임할 예정이라 '은퇴'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11년간 재직해온 뉴욕필에서는 올 봄 프로그램의 주제를 '생큐 쿠르트 마주어'로 정할 정도로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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