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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최고위원 경선'뒤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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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최고위원 경선 후유증을 겪고 있다. 경선에서 상위권 당선을 기대하다 뒤로 밀린 일부 최고위원과 낙선자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다음날인 11일 당사에서 열린 이회창(會昌)후보와 신임 최고위원들의 상견례에는 일곱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세명이 불참했다. 강재섭(姜在涉)·박희태(朴熺太)·하순봉(河舜鳳)위원이 그들이다.

민정계인 이들은 경선에서 차례로 4~6위를 했다. 1위 득표자인 민주계 서청원(徐淸源)위원과 선두다툼을 벌이던 세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세 사람은 후보와의 상견례뿐 아니라 국립현충원 참배 행사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河위원은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전당대회장에서 후보와 마주쳤지만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후보의 '측근 3인방' 중 한사람인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를 하위권으로 밀어내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으며,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선 "후보가 당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측근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한다.

낙선한 김기배(金杞培)의원 측에서도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역시 '측근 3인방'의 일원이었고, 경선 초반 선두그룹에 끼어 있었다.

그런데도 11위라는 참담한 결과가 나오자 후보 측을 원망하고 있다. "후보 진영에서 '측근이 모두 당선되면 양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金의원 물먹이기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모두 떨어진 소장파 출마자 네명 중 한명인 안상수(安商守)의원은 12일 당직(인권위원장)을 사퇴했다.

"경선에서 구시대의 금권정치, 지구당위원장 줄 세우기가 자행돼 대의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지역에서도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한나라당 기반이 강한 TK(대구·경북)에선 강재섭 위원이 4위에 그치고, 김일윤(金一潤)의원이 떨어지자 'TK 홀대설'이 나오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도 출마자 두명(安의원과 海龜 전 의원)이 모두 탈락하자 당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후보는 상견례에 불참한 세 사람의 최고위원과 낙선자들을 달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희태 위원이 "당무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힌 것도, 河위원이 12일 "회의엔 참석할 것"이라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 것도 후보의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후보 측은 "경선과정에서 '창심'(昌心·후보의 뜻)이 작용했다는 등의 얘기는 사실과 다르며, 후보는 엄정 중립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경선 후유증이 민주당만큼 심한 것은 아니며, 며칠 내로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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