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심베코프 주한 키르기스스탄 대리대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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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7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새 헌법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번 개헌은 대통령의 권력남용으로 인한 철권통치와 이에 따른 부패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칭그스 에심베코프(사진) 주한 키르기스스탄 대리대사는 28일 본사를 방문해 향후 정국 전망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대통령 중심제를 의원 내각제로 바꾸는 개헌안에 대한 이번 투표에서 90%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며 “정치제도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정착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키르기스는 최근 대통령을 축출한 반정부 시위와 유혈 민족분규 등으로 위기를 겪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키르기스의 현 정국 상황은.

“우리는 현재 정치적 전환기에 있다. 1991년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전 대통령들이 권력 남용으로 물러나는 등 많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4월에는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체포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결국 바키예프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이웃 벨라루스로 도피했다. 이후 로자 오툰바예바 수반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들어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 이달 초 남부 지역에서 민족 간 충돌로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오쉬와 잘랄아바트 등에서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간 민족 충돌이 벌어졌다. 이들 지역에는 소수 민족인 우즈베크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키르기스인들과 평화롭게 지내왔다.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국외에서 들어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무장을 한 채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들어와 민족 분규를 일으켰다.”

- 내각제를 위한 개헌 투표를 했는데 시기적으로 적당한 때인가.

“키르기스의 많은 문제는 지나친 권력 집중 때문에 발생했다. 전임 대통령들이 자신의 절대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멋대로 개헌을 했다. 그 결과 권력이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에게 집중됐다. 이에 따른 권력층의 부패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지금이 권력 분산을 위한 내각제를 도입할 적기다.”

- 수도 비슈케크 인근에 있는 미군 기지(마나스 공군기지)의 향후 전망은.

“마나스 기지는 아프간전을 수행하는 미군이 보급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기지는 지정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과도정부에 대한 신임을 함께 물은 국민투표 개표가 끝나고 나면 오툰바예바 수반이 본격적으로 마나스 기지 유지 문제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은.

“92년 1월 한국과 수교했다. 이후 양국 관계는 크게 발전했다. 특히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키르기스에서 많은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침체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한국의 대기업들이 더 많이 진출했으면 한다. 좀 더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키르기스는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한국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진출했으면 한다. 옛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던 고려인들도 2만 명 정도 키르기스에 살고 있다. 우리는 차별 없이 이들을 대하고 있다.”

남정호 국제부 데스크, 최익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키르기스스탄=중앙아시아에 있는 내륙국으로 소련의 붕괴로 1991년 독립했다. 키르기스인(65%)을 비롯해 우즈베크인(14%), 러시아인(13%)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종교 분포는 이슬람교 75%, 러시아정교 25%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달러를 조금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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