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준 슈렉 시리즈를 마감하는 ‘슈렉 포에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체 왜? 된통 혼나야 정신차리는 자, 그대 이름은 인간이니까. ‘슈렉 포에버’는 철 없는 남편이 잠시 한눈 팔았다 크게 혼쭐난 후 주어진 삶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이야기지만, 어디 남편뿐인가. 연인이나 친구, 가족 등 익숙한 관계라면 모두 대입 가능할 거다. 가족친화적인 교훈과 재미. 할리우드의 익숙한 공식 그대로다. 고전동화 문법을 기발하게 비틀었던 1편, 현대 소비사회를 패러디했던 2편에 비해 참신성 면에선 상대가 안 될지 모르지만, 그런 대로 재미가 쏠쏠하다. 일종의 ‘외전’을 보는 느낌이다. 공주와 괴물 커플도 결혼하고 나선 인간세상과 비슷한 논리와 세파에 시달린다는 내용이 친근하다.
익숙해진 캐릭터들이 변주되는 맛도 괜찮다. 완성도 면에서 다소 주춤했던 3편과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슈렉 포에버’의 선도가 더 높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겁나먼 왕국’을 집어삼키려는 마법사 럼펠(월트 도른)에게 속은 슈렉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는 설정이다. 동키(에디 머피)는 여전히 수다스럽지만 마녀들의 수레를 끌며 당근 한 조각에 감지덕지하는 순응형 캐릭터가 됐다.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살이 너무 찐 나머지 날렵하게 뛰어오르기는커녕 장화가 터져나갈 정도다. 가장 달라진 인물은 피오나다. 럼펠의 폭정에 맞서는 레지스탕스의 리더로 멋진 발길질을 선사한다.
‘슈렉 포에버’는 유행 따라 3D로 제작됐다. 3D 입체 효과는 겁나먼 왕국의 왕과 왕비가 백마가 끄는 마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 등 주로 영화 초반에 선보이다가 막판 슈렉이 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궁전 전투 장면에서 만개한다. 카펜터즈의 ‘탑 오브 더 월드’, 캐롤 킹의 ‘유브 갓 어 프렌드’, 엔야의 ‘오리노코 풀로’ 등 올드 팝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웃음을 더한다. 전체 관람가.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