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G20회의 각국 득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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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에서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사이에 두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여러 국제 협의에서 독일의 주장을 관철하는 뚝심을 보였다. [토론토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각국 정상들이 그가 주장해 온 재정감축안에 합의한 데 대해서다. 27일(현지시간) 외신이 전한 그의 발언엔 들뜬 목소리가 담겨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죠.”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본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만찬에서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평소 독일의 주장대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정상들이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긴축안에 반대해 온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지나친 긴축이 경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코뮈니케(선언문)에는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만 반영됐다.

이틀간의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이처럼 손익은 분명히 갈렸다. 얻은 게 가장 많은 쪽은 역시 독일이다. 재정 건전성 강조라는 최대 과제를 해결했다. “독일 같은 무역흑자국이 세계의 소비시장이 돼야 한다”는 국제적 압박도 피해 갔다.

중국도 원하는 걸 얻었다. 중국은 G20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도록 일찌감치 환율제도를 관리변동환율제로 바꾸는 등 방어막을 폈다. 그 결과 코뮈니케에 위안화 환율에 관한 언급이 들어가는 걸 막는 데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정도로만 언급했을 뿐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뉴욕 타임스는 28일 “캐머런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헬기에 탑승한 이후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정상이 뜻을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재정적자 감축이 당면 과제인 캐머런 총리가 “단기적으로는 재정적자를 줄여 경기의 자신감을 회복한 뒤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금융개혁 법안에 대한 국제 공조를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미국은 정상회의 직전 상·하원에서 금융개혁법 단일안을 마련하며 회의 시작 전부터 기세를 몰아 갔다. 그러나 정작 토론토에서는 재정 문제에 밀려 은행세 등 금융개혁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했다.

브라질도 이번 G20 회의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브라질은 원래 G20회의와는 별도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브릭스·BRICs)간 회의를 따로 열고 신흥 시장의 힘을 과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의 홍수로 G20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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