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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부] 맛집 안내서 공동저자 새먼, 강지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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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앤드루 새먼(右)과 강지영(左)씨 부부가 딸 하나(5)와 함께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포즈를 취했다.

"왜 두번째 책을 내지 않느냐는 주위의 '압력'이 대단합니다. '내야지' 하면서도 처음 책을 낼 때 워낙 고생한 때문인지 망설여집니다."

2년 전 맛집 가이드북 '나는 서울이 맛있다'(쿠켄)를 펴냈던 강지영(38)씨와 영국인 남편 앤드루 새먼(39)은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속편을 내라는 요청과 권유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때문이다.

'파티 플래너'라는 전문 영역을 가꾸고 있는 강씨와 신문에 요리 비평과 칼럼을 쓰고 있는 새먼은 요리 비평에 관한 한 양보가 없는 '프로'들이다. 발로 뛰어 공들여 썼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는 서울이 맛있다'는 맛집 가이드 북으론 드물게 9000여권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책이 나오기까지는 고충이 적지 않았다. 좋은 음식과 식당을 정하는 기준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음식은 맛이 가장 중요하다. 맛이 뛰어나면 서비스가 좀 떨어지더라도 좋은 식당"이라는 새먼과 "맛은 물론 서비스나 분위기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훌륭한 식당"이라는 강씨의 주장이 수시로 충돌해 부부싸움으로까지 번진 적도 많았다고 한다.

이 부부는 자타가 인정하는 미식가다. 강씨는 식(食)문화 연구학교인 영국 런던의 리스 스쿨(Leith's School of Food and Wine)을 나와 10년 넘게 요리.파티 데코레이션 분야에서 일해온 베테랑이다. 2002년 파티 기획을 전담하는 회사(Top Table)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런던대 아시아학 석사 출신인 새먼은 1997년 한국에 온 이후 여러 신문에 음식 칼럼을 써왔다. 주한 영국문화원.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홍보대행사를 거쳐 지난 10월부터 'IHT 중앙데일리'의 카피 에디터로 일하면서 요리 칼럼을 쓰고 있다.

부부의 빼놓을 수 없는 주말 행사 역시 '맛 기행'이다. 새로 문을 연 식당이나 맛있다고 소문난 집은 반드시 들러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외식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점검할 수 있고, 칼럼 소재를 찾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89년 처음 만났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 태권도대회에서였다. 강씨는 영국 유학 중 잠시 귀국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동양 무술에 푹 빠져 있던 새먼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영국에서 다시 만났고 친구로 지내다 92년 결혼에 골인했다. 두 사람은 요즘 여러 식당을 섭렵하며 틈틈이 메모해뒀던 자료철을 다시 꺼내 정리하고 있다. "단순한 식당 소개의 차원을 넘어 식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글.사진=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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