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 10만명 넘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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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품을 떠나서는 생존해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어린 싹들이 바로 아동·청소년들이다. 아동은 가정 내에서 양육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가정과 사회는 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부모들로부터 양육은커녕 학대받고 방임되거나 아예 가정이 해체돼 집을 떠나는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발표한 가출 경로에 관한 조사에서는 첫 가출은 초등학교 때가 25.2%, 중학 1년이 20.7%, 중학 2년이 20.2%의 순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많아 충격적이다. 16세 이하일 경우 첫 가출은 주로 부모의 이혼 및 불화, 가정 내에서의 신체적·정서적·언어적 학대 등 가정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뤄진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쉼터협의회의 조사에서 가출청소년 10명 중 4명 정도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그들을 무작정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최선의 방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외국의 경우 가출 청소년들이 독립해 생활할 수 있게끔 준비시키는 프로그램들은 주로 소규모의 집단가정 형태로 이뤄진다. 여기서 청소년들은 18개월까지 실무자와 함께 기거하면서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물론 금전관리·요리·청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힌다. 우리도 가정으로 돌아가기가 여의치 않은 가출청소년들의 경우 일반가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룹홈(집단가정) 프로그램들을 활성화해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아동보호사업 지침은 대형시설보호 중심의 요보호 청소년 사업에서 탈피해 가정위탁사업의 확대, 그룹홈사업의 지속확충, 소년소녀가정에 대한 정서적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규모나 폭을 볼 때 보호의 수준이 실질적으로 보호아동 청소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키워내도록 유도할지는 의문이다. 그룹홈사업에 대한 지원도 32세대에 국한돼 있고 지원액수도 1억9천5백95만1천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미 활동 중인 77세대의 미신고 아동청소년 그룹홈에는 생활인이 1천여명이나 되는데도 지원이나 활성화 정책은 전혀 없다. 2000년도 경찰청 자료는 가출청소년이 1만8천4백42명으로 보고되었으나 공식통계에서 누락된 실질적 가출청소년의 수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리만큼 이들 문제는 심각하다.

미신고 그룹홈시설에 대한 양성화 및 적극적인 지원책은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룹홈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지도 감독돼 가출아동청소년의 보호시설 및 자립지원시설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아동청소년복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가출청소년들은 엄연히 가정과 사회의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아이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가출의 책임을 아동청소년 개인에게 돌리는 시각은 하루속히 바뀌어야 한다. 나아가 이들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청소년보호위원회·보건복지부 등의 관련 부서가 긴밀하게 연계해 아동청소년들이 실질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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