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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찰, 공관 들어가 2명 연행 길수군 친척 日공관 진입 실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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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유를 향한 길수(18)군 친척 5명의 꿈은 끝내 좌절됐다.

이들 일행 중 2명은 8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3시)쯤 중국 선양(瀋陽)시 허핑(和平)구의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했다가 15분 만에 중국 경찰에 끌려나왔고,나머지 3명은 진입과정에서 체포됐다.

이들 5명은 총영사관 입구의 중국 초소에 구금돼 있다가 사건 발생 2시간 뒤인 오후 4시쯤 중국 무장경찰의 밴에 실려 모처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길수군 친척들이 울부짖으며 버텼으나 무장경찰이 이들을 '랴오(遼)A 0953 징(警)'번호판을 단 차량에 태워 끌고갔다"고 전했다.

이 목격자는 이어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 내로 들어가 이미 진입에 성공한 길수군 친척 2명을 끌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철문을 잡고 버텼으나 경찰의 완력에 밀려 결국 도로 쪽으로 끌려나왔다. 총영사관 내 비자 신청창구 대합실까지 들어갔다 끌려나온 두 사람은 김광철(28)·성국(26)형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총영사관 밖으로 끌려나온 뒤 한때 땅바닥에 드러누우면서 저항했으나 결국 끌려가고 말았다.

당초 목격자들은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 관계자들과 협의한 뒤 영사관 내에 진입한 탈북자 두명을 끌어냈다"고 증언했으나 주중 일본대사관측이 중국 외교부에 탈북자의 강제연행에 대해 항의한 뒤 이들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나선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이 일본 영사관측의 양해없이 탈북자를 끌어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이번 탈북사건은 중국과 일본의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유준상 영사는 "망명요청자가 영사관에 진입했을 때는 해당국 정부가 안 받겠다고 해야 연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수군 친척 5명과 다른 탈북자 2명이 이날 선양의 미·일 총영사관에 진입한 것은 지난 3월과 4월 두달 동안 스페인·독일·미국·한국 대사관 등 베이징(北京)주재 외국공관에 탈북자들이 진입한 사건이 네차례 발생한 뒤 처음 시도된 것이다. 특히 탈북자들이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외국공관 진입을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길수군 친척들은 최근 베이징 외교구역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비가 강화되자 탈북자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상대적으로 진입이 수월한 선양을 '거사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내 북한 소식통은 "중국 공안(公安)당국은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 사건이 잇따르자 외국공관 경비를 맡고 있는 공안에게 '뚫리면 죽는다'는 식의 삼엄한 경계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선양=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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