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불량 불법복제 영화 열기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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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개봉을 앞둔 저우싱츠(周星馳) 주연의 코미디 영화 '소림축구'의 수입사 태원 엔터테인먼트는 요즘 초긴장 상태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이 영화의 불법 복제판 때문이다.

지난해 말 '반지의 제왕'을 수입했을 때 이 회사는 시사회장 입구에서 금속탐지기로 입장객들을 일일이 검사했다. 카메라로 영화를 몰래 찍어갈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당시 '반지의 제왕'의 파일이 돌던 불법 사이트는 3백70여군데에 달했다.

'소림축구'는 더 심각하다. 수입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미 1천여곳이 넘는 와레즈 사이트(불법복제한 파일을 올려놓는 사이트)에 해적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수입사가 적발해 폐쇄하도록 한 사이트만 5백50여군데에 이른다. 지난 주 불법 파일을 유포한 10여명을 고소했으며 고소 대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화가 사전에 유출되는 경로는 시사회나 영화사 관계자를 통해서가 많다고 한다. '소림축구'의 경우 홍콩에서 이미 출시된 DVD를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내한했던 저우싱츠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에도 인터넷을 통해 이미 본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며 크게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개봉한 '스파이더 맨'의 제작사인 컬럼비아도 비슷한 이유로 시사회장에 금속탐지기를 든 직원을 배치했다. 그러나 개봉하자마자 인터넷에는 "첫 회를 보고 카메라로 찍어왔다"는 파일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복제판에는 대부분 한글 자막이 딸려 있어 '불법 관람'을 더욱 부추긴다. 영화계에 따르면 "공명심에 사로잡힌 매니어들이 번역까지 하는 경우가 많고 그 중에서는 다운 횟수가 높은 '인기 번역자'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한국영화 '공공의 적'의 파일이 나도는 바람에 제작사가 바짝 긴장한 적이 있었다. 아직은 할리우드의 화제작에 머물고 있지만 피해가 한국 영화로도 확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태원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 한 편을 위해 공을 들인 감독 및 스태프는 물론 수입·배급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영화를 진정 사랑한다면 창작 행위에 대한 마땅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호소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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