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조미료’ 싹 뺀 강렬한 춤의 맛 무대 서는 이외수 ‘벽오금학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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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빨간 실을 활용해 삶의 인연을 극대화한 홍승엽 안무의 ‘벽오금학’. [댄스씨어터 온 제공]

풍류도인 농월당 선생, 그의 손자인 강은백, 신통력을 지닌 누더기 노파, 피해망상증 시인 김도문….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직조돼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이외수의 소설 『벽오금학도』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글을 읽으며 상상해 보았던 소설 속 인물들이 눈 앞에 재현될 듯싶다. 국내 대표 안무가로 꼽히는 홍승엽(48)씨가 『벽오금학도』를 모티브로 한 현대 무용 ‘벽오금학’을 무대에 올린다.

돌이켜보면 홍씨는 이미 소설 원작의 무용 작품을 여러 차례 만들어왔다. 1990년대 초엔 카프카의 『변신』을 모티브로 한 ‘다섯 번째 배역’을 만들었고, 이상의 문학 세계를 종합적으로 그린 ‘13아해의 질주’, 『에쿠우스』 원작의 ‘말들의 눈에는 피가’, 최근엔 중국 루쉰의 『아Q정전』을 ‘아큐’라는 무대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좋은 소설이 가진 완결된 구조, 다양한 캐릭터 등이 나의 감수성을 꿈틀거리게 만든다”고 홍씨는 말한다.

『벽오금학도』의 스토리를 그대로 무용으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을 터. 무용은 ‘인연’이란 테마를 중심으로 그려간다. 빨간 실이 매개체로 등장한다. 첫 장면부터 무용수들은 빨간 실을 목에, 다리에, 팔에 감아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 관계의 복잡함을 은유한다. 기하학적 구조물처럼 촘촘히 위치해 있던 실은 결국 객석까지 내려와 무대와 객석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작품의 가장 백미는 역시 테크닉 뛰어난 댄서들의 몸짓이다. 홍씨는 “최근 지나치게 연극 중심으로 흐르던 무용의 본류를 되돌리고 싶었다”라며 “아무런 조미료 없이 춤 자체로 정면 승부를 걸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무용 ‘벽오금학’=7월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4시.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 2·3·4만원. 02-3436-9048.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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