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6년째'사랑의 버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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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PGA 투어 최초의 한국인 챔피언 최경주(32)는 이웃사랑에서도 챔피언감이다.

최선수는 1997년 봄부터 결손가정 자녀들을 후원해오고 있다. 매년 한명 이상씩 늘려 지금은 모두 여덟명을 돌본다.

시작은 미미했다. 97년 봄, 출산을 앞둔 최선수의 부인 김현정(31)씨는 신문을 보고 알게 된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라는 사회복지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곧 태어날 우리 아기(첫째인 호준)를 생각하니 문득 부모없는 애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결손가정 아이를 한두명 도와주고 싶다."

나눔회에서는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가출해 전남 곡성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던 김가성(가명·광주 동강대1)·김나성(가명·옥과고교1)형제를 연결해줬다.최선수 부부는 그때부터 매달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했고, 틈나는 대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이듬해에는 부모가 병석에 누워 있는 경기도 곤지암의 이다성(가명·8)양과 동생 둘을 소개받아 지금까지 챙겨주고 있다.

나눔회의 강명순(50)이사는 "최선수 부부가 李양 어머니 수술비도 지원해주고, 부모를 대신해 애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기도 하는 등 친자녀 못지 않게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최선수는 나눔회에서 벌이는 각종 사회복지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97년부터 연말마다 어김없이 1천만원 이상을 기부해오고 있다. 나눔회에서 무심코 받아왔던 이 거액의 기부금은 99년 말에 가서야 정체가 밝혀졌다. 최선수가 연습 혹은 정식 라운딩에서 버디(기준 타수보다 하나 적은 타수로 공을 홀에 넣는 것) 한개를 기록할 때마다 2만원씩 적립해 모은 돈이었던 것이다.

나눔회가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4일 이화여대에서 개최한 '어린이 글·그림 큰잔치' 행사의 비용 전액(5백만원 상당)도 최선수가 부담했다. 나눔회가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쉼터의 운영비도 매달 보조해주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SBS골프대회에서 탄 상금 1천만원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눔회 사무실 벽에 걸린 각종 행사 사진의 어느 귀퉁이에도 최선수 부부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최선수 부부가 "생색내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사진 찍기를 극구 사양했기 때문이라고 나눔회 관계자는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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