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두 할머니 검정고시 최단기록 세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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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70대 할머니 두명이 1년여 만에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모두 끝내 학업에 나이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남들은 박사학위도 수두룩한데 칠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공부한 게 뭐 그리 대단해요. 이제는 대학 합격을 목표로 공부할 겁니다."

검정고시 3개 과정을 1년6개월 만에 합격한 충북 영동군 학산면 서산리의 임영희(英姬·76·(左))씨가 밝히는 합격 소감이다.

씨는 최근 충남교육청이 실시한 올해 제1회 고졸검정고시에서 최고령 합격자로 기록됐다. 누구나 어려웠던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던 씨. 배움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2000년 초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에 도전키로 결심한 게 결실을 본 것이다. 지금은 내년 대학입학을 목표로 수능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또 서울에서는 72세 할머니가 1년 만에 씨와 같은 3개 과정에 모두 합격해 최단기간에 검정고시를 연속으로 합격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 금천구 독산본동 안정숙(安正淑·(右))씨는 지난해 5월 중입 검정고시에 이어 8월에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난달 치러진 고졸 검정고시에도 응시, 한번만에 거뜬히 합격했다.

어릴적 가난과 전쟁 등으로 초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던 安씨는 늘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 95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시설인 양원주부학교에서 중·고교 과정을 공부했다. 그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도 1주일에 3일 등교하는 고강도의 주부학교에 3년간 단 하루만 결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후 새벽시간을 이용해 하루 세시간씩 독학했다는 安씨는 "평소에 꾸준히 복습하고 특히 한자공부를 열심히 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安씨는 "좋은 환경에서도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방송통신대에 진학해 문학을 공부한 뒤 글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5일 실시된 고입·고졸학력 검정고시에는 3만4천5백43명이 응시해 46.13%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대전=김방현,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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