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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고집하다간 물가 오르는 만큼 손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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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 26면

투자 실패 이유 중 가장 흔한 게 ‘편견’에 사로잡혀 돈을 굴리는 것이다. 편견은 대개 본인 스스로는 걸려있는지도 잘 모른다. 스스로 어떤 편견에 사로잡혔는지만 깨달아도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ING그룹은 최근 투자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4가지 편견을 제시했다.
 
1 뱀에 물린 효과
(Snake Bite Effect)

뱀에 한 번 물렸던 사람은 뱀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과거에 ‘된통’ 당한 기억 때문에 지금은 상황이 다른데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 근처에만 오면 어김없이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 증시가 2000선을 돌파하는 강세장에서 이전에 펀드 투자를 한 번도 안 해본 이들이 적금을 해약하고 펀드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시장이 꺾였고 원금을 까먹게 된 이들은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당시 1700~1800선에서 펀드에 들어온 투자자들이 원금 수준을 회복하고 나면 미련 없이 팔고 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펀드 환매 물량에 발목이 잡혀 시장은 수개월째 지지부진하다. 대신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은행 특판예금에는 돈이 몰린다.

4가지 편견 극복하면 투자의 길이 보인다

그러나 지나치게 몸을 사려 투자하다가는 실질 자산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예금만 고집하다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가치가 쪼그라들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얼마만큼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 후, 그 범위 안에서 자산의 일부를 주식이나 펀드 등 기대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2 최근성 편견(Recency)
인간은 보통 최근에 일어난 일이나 경험을 과거의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펀드 투자를 할 때가 꼭 이렇다. 펀드를 고를 때 장기 성과보다는 최근 1개월, 3개월, 6개월 등 성과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자동차는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게 아니듯 과거 성과가 미래 성과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유행 펀드로 갈아탔다가 이후 수익률이 꺾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요즘 랩어카운트 잔액이 30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도 ‘최근성 편견’ 탓이 크다. 펀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해 랩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는 말만 듣고 랩으로 몰려간다. 지난해에는 자동차·정보기술(IT) 등의 개별 종목들이 2~3배 오르는 장이었다. 많게는 100개가 넘는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랩이 훨씬 나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시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랩처럼 소수 종목에만 투자했다가는 손실 폭을 키울 수도 있다.

유행을 좇아 ‘묻지마 투자’를 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목표를 분명히 세워 그에 맞는 장·단기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 달 아파트 중도금을 치르기 위한 돈이라면 아무리 수익률이 좋다고 해도 랩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금세 찾을 수 있도록 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골라야 한다.
 
3 마음의 회계(Mental Accounting)
사람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1만원과 길 가다가 주운 1만원의 가치는 다르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제 가치는 같다.
‘마음의 회계’는 실제가 아니라 투자자 머릿속으로 숫자에 가치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에서 돈을 잃는 가장 큰 이유도 마음의 회계 탓이다. 개인들은 주가가 반 토막이 나도 팔지만 않으면 돈을 까먹은 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계산한다. 수익이 난 주식은 팔고 손해 본 주식은 계속 들고 간다. 그러다 팔고 난 주식은 오르는데 들고 있는 주식은 계속 떨어져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요즘도 그렇다. 개인들이 최근 한 달간 순매도한 주식 상위 10개 종목을 봤더니 주가가 평균 14% 올랐다. 반면 순매수 종목 상위 10개는 평균 1.3% 떨어졌다. 심적 회계 탓에 오르는 주식을 팔고 떨어지는 주식을 산 셈이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마음의 회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익이 날 종목은 들고, 손실이 날 종목은 팔아야 한다. 투자의 대가들이 강조하는 투자 비결 역시 철저한 ‘로스컷(손절매)’다. 손절매가 자신 없다면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 등 간접 상품이 대안이다.
 
4 과도한 자신감(Overconfidence)
지난해 웬만한 종목이 2~3배 올랐다. 시장 전체를 의미하는 코스피지수도 50% 가까이 상승했다. 개인들 가운데서도 목돈을 좀 만진 이들이 나왔다.
문제는 지난해 투자 성공의 경험이 올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들인 종목마다 주가가 오른 것을 경험한 이들은 자칫 스스로 찍는 종목마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착각하는 ‘황금손가락 증후군’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러한 ‘과도한 자신감’에 사로잡히면 문제가 커진다. 내 돈뿐 아니라 남의 돈까지 끌어들여 투자를 하다 큰돈을 날릴 수도 있게 된다.

지난달 18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5조원을 넘어선 건 3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4월 말 1750선을 돌파한 지수가 지난달 초 1650선까지 내려오자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빚까지 내서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후 1530선까지 밀렸다. 이달 중순 1700선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주가가 계속 떨어졌다면 ‘깡통 계좌’가 나왔을지 모른다.

투자에서 지나친 자신감은 리스크 관리를 소홀하게 만든다. 시장은 누구도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분산투자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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