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수 5년새 절반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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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부실의 대명사로 불려온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정부와 시장을 통한 강력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유기업의 절반이 문을 닫았고, 전도유망한 업종과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국유기업이 1998년 6만5000여개에서 지난해 말 3만7000여개로 줄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순수 민영기업은 시장에 생존 여부를 맡기지만 석유.전력.제철.항공.전자통신.자동차 등 기간 산업은 민영화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해왔다.

◆ 기업 수는 줄이고 몸집은 키워=5년간의 개혁을 통해 사라진 2만8000여개의 부실 국유기업은 통폐합되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국유기업의 전체 자산은 5년 새 7조5000억위안(약 9750억원)에서 9조5000억위안(약 1조2350억원)으로 불어났다.

개혁을 통해 자산의 건전성과 순익 지표도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체 국유기업의 평균 자산부채율은 같은 기간 64.3%에서 59.3%로 낮아졌다. 또 국유기업이 거둬들인 순익은 5년 새 525억위안에서 3784억위안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국유기업의 10%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 국내외 증시 상장 급증=중국 정부는 구조조정을 거친 국유기업을 주식회사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2903개의 주요 국유기업 중 절반이 넘는 1464개가 주식회사로 전환됐다. 올 들어서도 중국항공.둥펑(東風)자동차 등 14개 주요 국유기업이 주식회사로 바뀌었다. 주식회사로 전환된 기업은 상하이와 선전 증시뿐 아니라 해외 증시에 속속 상장되고 있다.

중하이(中海)컨테이너.중국전력 등은 올해 처음 해외 증시에 상장됐다. 이미 전체 국유기업의 17%인 1000여개가 홍콩.싱가포르.뉴욕.런던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으로 국유기업의 소유구조가 투명해져 자금 조달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전신(China Telecom).중국해양석유(CNOOC) 등 해외 상장기업들은 올해 증자에 성공하기도 했다.

◆ 책임경영제도 도입=국유기업 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수익성 향상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지난해 처음 도입한 경영평가제를 2010년까지 완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의 리룽룽(李榮融)주임은 최근 중국핵공업건설그룹 등 30개 주요 국유기업과 처음으로 임기책임 계약을 했다.

같은 위원회의 리서우성(李壽生)국장은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국유기업 개혁 관련 세미나에서 "현재까지 187개의 주요 국유기업이 정부와 경영평가 계약을 했으며 내년부터 대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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