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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와 ‘잠자리 기술’

중앙일보

입력

미국 영화를 보면 눈이 왕방울만 한 여성이 한쪽 눈꺼풀을 닫았다가 열면서 은밀한 메시지를 교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첩보영화 ‘노 웨이 아웃’에서 백색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해군 장교인 케빈 코스트너를 향해 보내는 유혹의 눈길이 카메라 셔터처럼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윙크 속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런 의미심장한 윙크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여성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곽대희의 性칼럼

휴대전화 CF에서 미녀가 윙크를 보내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윙크가 그 방면의 문화가 없는 우리들 동양인이 보기에도 매우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NG를 내면서 촬영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왼쪽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뜰 때 오른쪽 눈도 덩달아 조금 움직이는 것을 동양인들은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민 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윙크 불능이 몰고 온 미국 생활 적응의 어려움이었다. 직장에서 동료가 윙크로 아는 척 사인을 보내는데, 이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을 못했다면 그 공동체에서 ‘왕따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기능적 약점을 들춰내 앵글로 색슨족은 백인 우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럼 이런 기능상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 것인가? 그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뇌피질의 세포 수는 약 140억 개나 되고, 그중에서 약 4억 개 정도가 실제로 하부조직에 지령을 하달하는 지도자급 신경세포들이다. 나머지 136억 개의 세포는 4억 개의 이 수뇌세포들을 보호하면서 머릿속에서 활동하는 지원부대 장병들이다. 각각의 신경세포에서는 5000개의 뉴런이라는 신경섬유가 성게의 가시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와 있다.

이런 5000개의 신경섬유를 가진 뇌세포가 4억 개나 되므로 머릿속은 그야말로 배선으로 어지럽게 널려 있는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개는 합선되지 않도록 신경섬유가 절연체로 피복되어 있지만 두뇌조직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은 벌거벗은 나선인 채 서로 부딪치니까 합선 또는 누전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람들은 완벽한 윙크의 연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서양 학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의학적 사실 때문인지 성년이 되어도 윙크를 못하는 여성은 섹스 반응이 불량하다는 속설이 서양 사회에 있는 모양이다.

첫째, 인간의 성 반응은 외부적 자극이 성 중추에서 성적 흥분을 만들고 그것에 상응하는 성적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하부조직으로 어떤 지령을 내려 보낼 때, 신경학적 합선 현상으로 그 일부가 엉뚱한 곳으로 전달되고 꼭 전달되어야 할 곳에 100% 전달되지 않는 일이 생긴다면 자기가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분비물을 다량 배출하라’는 명령과 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에 ‘수축하라’는 명령이 동시에 전달된다면 우선 성기 결합부터 부드럽지 못해 성적 감흥에 차질을 빚게 된다.

둘째, 여성은 성행위 도중에 자신의 뜻대로 질구를 수축시키는 이른바 명기현상(名器現象)을 표현함에 있어 단일 조직을 움직이는 능력의 결함으로 윙크 불능의 여성은 그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섹스를 식사와 더불어 생활이란 수레의 두 바퀴로 간주하는 서양인들은 남녀 공히 자신의 섹스 능력 배양에 전력투구하게 마련인데 적당한 타이밍에 질구를 수축시키는 능력이 결여되면 여성으로서 부부생활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셋째, 윙크를 못하는 여성은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여성은 섹스의 쾌락에 취하게 되면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음란해지기 쉬운 약점이 있을 수 있다.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염한 창녀가 되어야 한다’는 타이밍에 맞춰 행동하는 생활방식에 익숙하려면 윙크하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 긴요하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윙크가 생활화된 데서 얻은 한쪽 눈의 동작능력을 신경학적으로 비약시켜 해석하는 것은 그들의 근거 없는 백인 우월주의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윙크를 잘 못하는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도 섹스의 달인과 명석한 두뇌 소유자가 얼마든지 있다고 자신 있게 장담하고 싶다.

곽대희비뇨기과원장

<이코노미스트 9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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