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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아파트 특혜분양 실세 개입설 대형 스캔들 터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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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이 "고위 공직자 1백30여명이 분당의 고급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고위 공직자들의 대형 뇌물 스캔들로 비화해 충격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金전차장의 탄원서 내용에 성남시민모임 기획위원장 이재명 변호사가 여권 실세들의 관련설을 들고 나와 파문이 더욱 커졌다.

변호사는 1999년 에이치원개발이 파크뷰 부지의 용도를 상업 지구에서 주상복합 용지로 변경을 시도할 때 "여권 내 다섯명 정도가 토지용도 변경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4·13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이니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섯명 중에는 여권 핵심 실세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 검찰 간부 L씨가 포함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또 "이 보고서가 당시 누군가에 의해 청와대에 전달됐으나 보고서 중에 관련자로 거명된 청와대 관계자가 화를 내며 작성자가 누구냐고 따졌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의 말 등을 종합하면 당시 에이치원의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권력 핵심 등이 개입했으며, 이들을 포함해 유력 인사 다수가 나중에 특혜 분양을 받은 것으로 국정원이 파악해 해약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金전차장의 주장은 당시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아파트 분양사의 해명과 크게 엇갈려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

분양사였던 에이치원 개발과 ㈜MDM측은 "로열층인 33평의 20층 이상, 48평의 26층 이상은 경찰관 입회 하에 평형별 신청자들이 자체적으로 공개 추첨을 했기 때문에 특혜 분양은 있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도 3일 공보관을 통해 "그런 보고서를 만든 적이 없으며 특혜 분양자 명단은 없다"며 "해킹으로 분양자 명단을 파악했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金전차장이 자신의 보석 허가를 탄원하면서 밝힌 내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보고서가 당시 '특별 보고서'로 작성됐으며 상당 부분 사실일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金전차장은 탄원서에서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처신한 죄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죄값을 달게 받겠다"며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특혜 분양 소문에 대해 취재했던 일부 언론에서는 "여당 실세 의원의 아들과 경찰 고위 간부, 지방신문 기자 등이 분양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탄원서의 진위부터 가려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혜 분양을 받았다가 계약하지 않았어도 사법처리는 피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분양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만큼 1백30여명이나 되는 명단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파크뷰=분당 파크뷰는 백궁·정자지구에 포스코개발과 SK건설이 공동 시공한 1천8백여가구의 30~34층짜리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다. 이 지구에서 최대 규모인 데다 2만여평 규모의 테마 공원과 녹지 공간을 갖추고 있어 지난해 3월 분양 때는 1백대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한편 용도 변경 의혹과 관련, 성남시민모임은 지난해 에이치원개발 홍모사장과 김병량 성남시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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