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언제까지 강경파에 휘둘릴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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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20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의 전권을 당 지도부에 일임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의총에선 그러나 "4대 입법의 연내 처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우리가 죽는 길"(신계륜 의원)이라는 등의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의원은 "지도부에 맡기더라도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야파 출신 등은 연말까지 '240시간 의총'을 열어 끝을 보자고도 했다.

한때 연내엔 보안법 폐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던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최근에는 그 같은 말은 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과 협상이 잘 안 되는 데다 여당의 이철우 의원에 대한 간첩 논란이 불거지면서 "4대 법안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진 탓이다.

그럼에도 여당에선 대야 협상 과정에 대한 자성론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원내 대책을 담당하는 한 당직자는 사석에서 "지지자들은 '열린우리당이 한 명도 안 빼고 국회에 출석하면 단독 국회로 법안 처리가 가능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국회 일이 그런 식으로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정국 운영을 여론과 반대로 해왔는데, 내년에도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고 했다.

그래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의 잇따른 파행을 막지 못한 한 요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지도부 내부적으론 "과반의 힘으로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으면서도 강경파를 설득하려는 일에는 소홀했다. 내년 전당대회를 의식해 경쟁적으로'개혁'를 외치는 중진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지도부의 몫이지만 그런 지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구난방이고, "지도부가 강경파보다 허약해 보인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4자 회동'을 제안했고, 한나라당은 응하겠다고 했다. 양당이 하기에 따라선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그러려면 여당 지도부부터 외눈박이식 태도를 극복해야 한다."보안법과 관련해선 대체 입법 가능성도 열어놓고 대화하자"는 당내 중도파의 의견을 살릴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권은 내년 정국을 민생과 경제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걸 위해선 여당이 먼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여당 지도부의 정치력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김성탁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