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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재조합 식품' 거부만 할 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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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안전 식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안전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식의약청은 이를 위해 최근 국내에 수입.유통되는 식품의 유전자 재조합 식품 분석을 위한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시험법' 제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법은 국제공인분석화학회지에 발표되고 국내외 관계기관의 검증을 마친 것을 채택했다. 이 공인 시험법을 통해 분석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유전자 재조합 식품 여부의 시비가 더 이상 국민을 혼란시키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 법이 있기 전에도 식의약청은 1999년부터 유전자 재조합 식품 등의 안전성 평가 심사를 위한 지침을 제정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는 관련 식품의 안전성을 심사해 왔다. 다양한 전공분야의 학계.연구계.공무원들로 이뤄진 심사위원회를 구성, 식품학.식물학.의학.독성학.영양학.분자생물학.미생물학 등 종합 각도에서 과학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심사완료 전 식의약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심사내용도 공개하고 있다.

2002년에는 안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식품위생법을 개정,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지침도 전면 개정했다. 올해부터는 개정된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 평가심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안전성 심사를 받지 않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은 국내에서의 유통이 금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전성 심사는 유럽이나 일본의 심사절차와 마찬가지로 매우 까다롭고 철저하다. 식의약청은 관련 식품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확보될 때만 식품으로서 허가하고 있다. 이렇게 안전성이 확인된 식품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2001년 7월부터 '유전자 재조합 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유전자 재조합 작물의 안전성.상업성 등을 장기간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상업화된 유전자 재조합 작물은 인체와 환경에 해로움이 없으며 경제적으로도 혜택을 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지난 5월 유전자 재조합 옥수수의 식품 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98년부터 유전자 재조합 작물 및 식품에 대한 금수조치(모라토리엄)가 해제되고 승인절차가 원활히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중국.인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생명공학(BT)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유전자 재조합 작물의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탄저병에 강한 고추나, 살찌지 않는 쌀 (고아미) 등 40여종의 유전자 재조합 작물이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는 콩.옥수수 등 주요 농산물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급증하는 유전자 재조합 작물의 수입을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국민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해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점과 문제점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문제점을 제시하고 그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그 속에서 건전한 식생활 문화가 발전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영농기술과 식품 안전관리 기술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평가과 보건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