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빨라진 홍업씨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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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일 김성환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의 긴급 체포로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과 아태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일단 김성환씨를 지금까지 드러난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한 뒤 金부이사장과 아태재단에 대한 수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지면 그 다음주에 金부이사장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도 다시 강조했다.

김성환씨가 관리해 온 차명계좌에서 10억원 이상의 돈이 金부이사장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일단 金부이사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다.

김성환씨와 金부이사장 측은 이에 대해 "金부이사장이 빌려 준 돈을 받은 것이며 친구 사이의 순수한 거래"였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생각이 다르다.

검찰은 김성환씨의 차명계좌 일부가 김홍업씨 또는 아태재단의 비자금 관리 계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계좌에서 나온 수표가 아태재단 직원 퇴직금과 재단 신축 공사 대금으로 지급된 사실 때문이다.

아니면 김성환씨가 건설업체 등 기업체의 이권에 개입하며 얻은 돈의 일부가 金부이사장에게 전달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진상이 어느 쪽이든 金부이사장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金부이사장의 비자금이었다면 출처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金부이사장은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씨가 건넨 돈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미 검찰 수사에서 10여개 기업체에서 로비 명목으로 수시로 억대의 돈을 받고 자신의 사업 자금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온 김성환씨의 행각에 金부이사장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성환씨가 1998년 D주택 사장으로 일하게 된 경위도 검찰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金부이사장이 이 회사의 대표에게 김성환씨를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사 측이 김성환씨가 퇴직한 지 7개월이 지나 5천만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등 석연찮은 돈 거래도 포착됐다.

검찰은 "아직 김홍업씨의 혐의는 나타난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김성환씨를 소환할 때는 수사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때"라고 말하며 그 목표가 김홍업씨 사법처리임을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김성환씨 사법처리가 대통령 둘째 아들(김홍업씨) 사법처리의 전 단계가 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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