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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물고기의 열하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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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또래들 엄마 치맛자락 붙들고

구멍가게 앞에서

"아이스크림! 사탕! 껌!"

외칠 때

다섯살 꼬마는 호수로 갔다.

시커멓게 변한 물 위로

죽은 물고기 떼가 떠올랐다.

하얗게 배를 드러낸 채

떠오른 사체를 보며

"왜 저렇게 됐을까?"

아이의 머릿속엔

의문이 자리 잡았다.

이후 12년간

소년은 주말마다

물가로 나갔다.

팔딱팔딱 뛰노는 물고기를

볼 때마다

심장이 콩콩 뛰었다.

어느새 마음은

물고기가 돼 있었다.

물고기를 바라볼 때

세상을 얻은 양 행복했다.

가보지 않은 하천이 없고,

돌아다닌 거리만 30만㎞.

하천기행의 길잡이

'한국담수어도감'은

어느새 해져 너덜거렸다.

대신 그의 생태기록 노트는

키가 1m로 자랐다.

"물고기 박사가 돼라."

엄마는 환경 서적을 건네면서

진심 어린 메모를 남기고,

아빠는 하천 나들이를 위해

주말마다 운전대를 잡았다.

"모든 생물이 서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제가 남겼던 발자국이

희망의 족적이 되게 해 주세요."

어느새 청년으로 훌쩍 자란

그 다섯살 꼬마의 소망이다.

*하천 생태 기행문을 담은 '물고기의 열하일기'의 저자 김대민(18)군이 최근 특별전형 과학 특기자로 고려대에 합격했다. 김군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운 부모의 교육 방식이 눈길을 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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