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북시대] 경제·사회 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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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 한해 북한 경제의 키워드는 '시장 기능의 활성화'다. 지난해 3월 장마당 형태의 농민시장을 상설 운영하는 종합시장으로 바꾸면서 시장이 확고히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시장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확산되기 시작해 올해는 거의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실제 평양시 낙랑구역의 통일거리 시장을 찾는 북한 주민은 하루 10만~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모든 시.군.구역에 시장을 한두 개씩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려 현대식 건물을 갖춘 시장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10월 말에는 함북 청진에 대규모 상설시장이 문을 열었다.

북한이 올해 협동농장에서 가족영농제라고 할 수 있는 '포전(圃田.논밭)담당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협동조합의 최말단 조직인 분조(7~8명)를 더 작은 단위로 할 수 있는 권한을 협동농장에 부여한 것이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시장 확대와 포전 담당제는 북한에서 사(私)경제 영역이 넓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4월 이뤄진 형법 개정에서도 나타났다. 개정 형법이 사유재산권을 강화함은 물론 지적재산권, 저작권 보호 조항 등을 처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경제적 동기의 단순 탈북자에 대해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징역)에서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사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낮춘 것도 사회 변화를 수용한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 회생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부분적으로 호전되기는 했지만 고질적인 에너지.식량.원자재 부족 때문이다. 올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 자본의 대북 투자가 늘었지만 북핵 문제에 따른 외교적 고립이 경제에 주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동현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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