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종일 냉온탕 떨어지다 MOU 부결 소식에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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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30일 하이닉스 주가는 심한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앞날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주주들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봤다.

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1시40분까지만 해도 전날 하이닉스 채권단이 매각 양해각서(MOU)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해 하한가에서 거래됐다.

결국 마이크론에 팔리면 알짜 사업인 메모리사업이 넘어가는 반면 수익성이 좋지 않은 비메모리사업만 남아 생존 자체가 버겁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탓이다.

그러나 오후 1시50분쯤 하이닉스 이사회가 MOU를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지자 상황이 반전됐다. 그로부터 20여분 만에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이후 채권단의 추가지원 불가 입장 및 법정관리 가능성이 슬금슬금 흘러나오면서 상승세가 둔화돼 전날보다 6.11% 올라 9백55원으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도 5억6천만주를 기록해 이날 거래소시장 거래량의 56%를 차지했다.

굿모닝증권 박정준 연구원은 "D램사업이 떨어져나가면 잔존 법인은 부채규모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MOU 부결로 매각 가능성이 줄자 데이트레이더들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모리사업이 매각되면 잔존법인의 사업규모는 크게 줄어드는데 비해 현재 주식 수가 10억주를 웃돌고 있어 감자가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매각할 경우 13.5대 1로 감자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당장 채권단이 추가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데다 매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향후 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설비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채권단의 지원 없이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삼성전자·인피니온 등은 현재 3백㎜(12인치) 반도체 라인 설비에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하이닉스가 지금처럼 신규투자에 소극적일 경우 2~3년 후에는 이들 업체와 경쟁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D램 가격의 최대 변수인 정보기술( IT)경기가 올해 안에 빠른 속도로 회복될 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하이닉스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 실패는 전체 증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채권단이 하이닉스에 지원하면 구조조정 지연으로 간주돼 외국인 매도규모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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