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애플 연합군 “아이폰4 잡자”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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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아이폰4와 드로이드X의 싸움이다. 주도권을 쥔 애플에 대항해 구글·모토로라·버라이즌이 연합군을 형성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反)애플 군단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드로이드X를 공개했다. 제품 발표일은 의도적으로 아이폰4의 출시를 하루 앞둔 날로 골랐다.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판매는 다음 달 15일 시작된다.

드로이드X는 구글이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모토로라가 기기를 만들었다. 통신서비스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맡는다. 에릭 슈밋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드로이드X는 단순히 하나의 스마트폰이 아니며, 일개 운영체계도 아니고, 애플리케이션의 집합체도 아니다. 드로이드X는 이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로이드X는 일단 동영상 등을 보기에 좋다. 화면 크기가 10.9㎝(4.3인치)로 아이폰4(3인치)보다 크다. 카메라 성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 무선 인터넷을 연결하는 소형 기지국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드로이드X를 무선망에 접속시키면, 이를 기지국 삼아 노트북 등 다른 무선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사용을 막은 일부 소프트웨어를 이 전화기에선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개방성’도 장점이다.

크게 봐선 애플과 반(反)애플의 전쟁이지만, 관련 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숨어 있다. 드로이드를 계기로 미국의 모토로라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선다. 3년 전만 해도 세계 2위였던 모토로라는 세계 8위로 밀린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와 대만의 HTC도 구글 운영체계를 쓰기 때문에 애플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의 절대 강자를 가리는 제조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 질 전망이다.

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AT&T의 경쟁도 관심사다. 미국에서 아이폰은 AT&T를 통해 독점 판매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개봉된) ‘토이 스토리3’는 잊어라. 올여름을 달굴 최고 기대작(스마트폰 경쟁)이 나왔다”고 평했다.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지만 애플 아이폰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아이폰4는 24일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시차로 인해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한 일본에선 매장마다 3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줄을 섰다. 이미 미국에서 접수된 선주문만 60만 대에 이른다. 로이터는 첫날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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